매일신문

[다민족 다문화 사회] 피부·출신 따라 '이중 잣대' 차별

"피부색과 출신 나라에 따라 편을 가르는 한국사람들이 밉기만 합니다."

3년 전 필리핀에서 시집온 A씨는 경산시 진량읍의 한 공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대학까지 나온 그였지만 번번이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동료들과 주위에서 무시 당하기 일쑤다.

그는 "고깃집에서 필리핀 친구들과 밥을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의 한 한국 아저씨가 '니들 돈있냐? 내가 돈내 줄까? 돈도 없는 것들이 무슨 고기야'라며 핀잔을 받았다."며 경험담을 털어놨다.

결혼이주여성 미즈오지시즈코(39·일본) 씨는 시장, 슈퍼 등 어디를 가든 '나는 일본인'이라고 말한다. 그가 '일본인'이라고 밝히고 다니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일본에서 왔다고 하면 다들 '잘사는 나라에서 왔네.'라며 사람들이 무척 잘 해준다고 했다.

"제 피부가 유독 검어 사람들이 절 필리핀인으로 오해하더라고요. 별 대수롭지 않겠 생각했었는데…. 일본인이라고 밝히기 전까지 후진국에서 왔다면서 엄청 무시하더라고요." 그는 "전에 시장에서 야채값을 흥정하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못 배운 후진국에서 오면 이래서 안된다.'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는 일본인이라고 하자 물건값을 깎아주며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엄청 환대하더라."라고 했다.

최근 한 외교관은 기자에게 재밌는 얘기를 들려줬다. 그는 "유엔대표부에는 '한국에 대표를 파견할 때는 반드시 백인으로 하라.'는 격언이 있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예전 흑인 단장의 환영식에 한국정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는데 그들이 환대해준 사람은 흑인 대표가 아니라 인턴사원인 백인 직원이었다고 한다. 한국인의 피부색깔에 대한 차별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그는 "후진국 국민들은 무시하고 선진국 사람들을 동경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가 잘못돼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경기 수원 호매실초교 고아라(28) 교사가 서울경기지역 초교생 4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친구로 사귀고 싶은 인종은 백인이 가장 높은 반면 "어느 인종이 더 비위생적이냐"는 질문에 흑인이 43.4%로 가장 높았고, 백인이 6.9%로 가장 낮았다. 학생들은 백인을 가장 지위가 높고, 부유하며, 근면한 인종으로 꼽았지만 동남아인들이나 흑인은 게으르고 가난한 사람으로 생각했다. 과연 우리는 다문화 다민족 사회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는가.

임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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