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에서] 스승의 전당

오전 6시 30분, 졸린 눈을 비비고 버스에 올라탄다. 현관문을 나설 때 마주치는 찬바람은 연수고 뭐고 다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몸을 움츠리게 만들고 정신력마저 나약하게 만든다. 유난히 이번 주는 눈도 오고 바람도 많이 불고, 날씨마저 쌀쌀해서 통근하기가 쉽지 않다. 버스는 포항을 출발해 오전 8시40분쯤 구미 연수원에 도착했다. 눈 덮인 금오산을 뒤로 하고 그 아래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경상북도교육연수원'의 건물에 커다란 글씨가 써져 있다.

'스승의 전당'. '이곳 연수원에서 참스승으로 거듭나라'는 초대원장 김규련 선생의 뜻이 담겨 있다. 이곳에 나는 10년 만에 두 번째 연수를 받으러 왔다. 한 번은 일정연수(일급정교사 자격연수)를 받은 것이었고 이번에는 '논술심화 연수'를 받으러 온 것이다. 연수를 받으면서 느끼는 것은 가르치는 입장에서 가르침을 받는 입장으로 처지가 뒤바뀌어 피교육생이 된다는 것이다. 수업을 하시는 강사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수업을 해 봐야지, 난 저렇게 수업하지는 말아야지.'하고 느끼는 것도 연수의 일부분이 아닐까 한다.

연수는 교사가 자기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다. 자격연수 같은 것은 반드시 받아야 할 연수지만 대부분의 연수는 교사가 자원해서 받는 연수들이다. 방학 중에 집에서 쉬거나 여행을 가거나 체력을 단련하거나 모두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져도 되지만, 도교육연수원에 연수를 받으러 오는 선생님들은 뭔가 학생들에게 나은 수업 방법을 모색하고자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수업을 듣는다.

이번 연수는 정말 알차다. 평소 논술에 대해 나름대로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던 내가 부족함을 깨닫고 더 많은 노력으로 실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누군가 말했듯이 세상에는 고수들이 많다고…. 이번에 연수를 받는 동안 전국의 이름난 명강사를 비롯, 대학교의 논술출제 교수님, 논술을 직접 지도하시는 일선 학교의 선생님까지 모두 뛰어난 선생님들이 강사로 초빙됐다. 이번의 수업은 강의식 수업 대신 실전논술식 수업이다. 논술의 출제에서 첨삭까지 접해 볼 수 있었다. '백 번의 강의보다 한 번의 실기가 중요하다'는 말이 실감난다. 나도 개학을 하면 학생들에게 주입식 강의보다는 토론식으로 수업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새 정부 들어서 입시 정책이 많이 바뀔 것 같다. 등급제 수능 대신 다시 예전의 표준점수나 백분위가 제공된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대학들이 정시에서는 논술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한다. 당장 일선 학교에서도 논술보다 수능에 비중을 두고 수업을 할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논술을 위한 수업'이 아니라 '논술을 통한 수업'이다. 주입식 수업이 아니라 토론식 수업,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수업, 기출문제를 통한 기존 지식을 확인하는 수업보다는 답은 없지만 새로운 해답을 찾아가는 수업, 교사의 권위에 의한 수업이 아닌 합리적 설득을 통한 수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내가 찬바람을 맞으면서 구미로 열흘 동안의 연수를 받고 깨달은 점이다.

손삼호(포항제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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