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설날을 맞아 아이들을 가장 설레게 하는 것은 세뱃돈이다. 지갑 형편이 넉넉지 않은 어른들은 부담이 되지만. 자녀들, 특히 어린아이들이 세뱃돈을 받으면 대부분 부모들은 이렇게 말 한다. "엄마가 맡아줄게?", "1만 원짜리는 엄마가 맡고, 1천 원짜리는 너 가져라." 아니면 임의로 저금통이나 은행에 입금해 버린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반응은? 볼멘 목소리로 불만을 토로하지만 금세 잠잠해 진다. 모든 것이 풍족한 요즘, 먹을거리나 장난감, 학용품이 필요하면 부모가 알아서 사주는데다 용돈까지 챙겨주기 때문이다. 아니면 세뱃돈을 빼돌리고 싶은 충동을 못 이겨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이번 설날부터는 아이들에게 '세뱃돈 관리권'을 넘겨줘 보자. 아이들에게 경제(금융)교육을 시키고 독립심을 길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경숙 씨(37·대구시 북구 관음동)는 지난달부터 초등학교 4학년인 지훈에게 '용돈기입장'을 쓰게 하고 있다. 부모가 주는 용돈은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 친척들로부터 받는 용돈까지 아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아들 이름으로 은행 통장과 현금 인출용 카드까지 만들어 줬다. 이 씨는 "엄마가 아이의 돈을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돈을 주는 것보다는 아이가 은행을 들락거리면서 저축하고 필요할 때는 계획적으로 돈을 쓸 수 있는 습관을 길러주고 싶다."며 "이번 설날부터는 세뱃돈도 아이가 관리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에게 경제나 금융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가끔 금융기관이 어린이들을 위한 경제교실이나 금융교실을 운영하기도 한다. 돈의 기원과 역할, 돈의 유통경로 등 금융에 대한 이론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직접 관리하면서 '실물경제'를 익히는 것도 유익하다. 단순히 돈을 아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돈에 대한 올바른 태도와 습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돈에 대한 개념이 또래에 비해 희박한 아이들도 있다. 과거에 비해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에 돈이 없으면 부모가 더 벌면 된다거나 은행에서 빌려 쓰면 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어릴 때부터 이런 환경에서 자라면 아이들은 돈이 없을 수 있다는 것, 돈을 잘 다뤄야 한다는 것, 돈으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등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어른이 된다.
이영옥 전 대구소비자연맹 회장(소비자경제학 전공)은 "우리나라는 '엄마의 대행체제'가 너무 보편화돼 있어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소비하는 습관을 갖기가 힘들다."며 "생활경제교육은 어릴 때부터 하는 것이 좋은데 유치원생쯤 되면 세뱃돈이나 용돈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뱃돈, 어떻게 쓸지 함께 토론하라
초등학생쯤 되면 적게는 2만~3만 원, 많게는 10만 원 안팎의 세뱃돈을 받게 된다. 자녀가 세뱃돈을 받으면 어떻게 쓸지 함께 이야기 해 보자. 얼마를 저금할지, 무엇을 사고 싶은지, 은행에는 얼마를 입금하고 현금은 얼마나 갖고 있을지 등등. 이때 부모의 생각을 강요해선 안 된다. 아이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그 생각을 말하도록 유도한다. 아이가 충동적인 소비를 하려고 한다면, 꾸중을 하지 말고 합리적 소비의 필요성에 대해 차근히 설명하는 것이 좋다. 용돈기입장(금전출납부)을 쓰게 하자.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게 하고 한 주나 월 단위로 결산을 해서 자신의 씀씀이가 어떤지 돌이켜 볼 수 있도록 한다.
◆물건을 살 땐, 아이가 직접 고르게
아이가 사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함께 쇼핑을 하러가되 물건을 직접 고르도록 한다. 다양한 종류의 물건을 놓고 가격과 성능을 비교해 자신에게 적당한 것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자. 똑같은 물건도 판매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개념을 깨닫도록 유도한다. 전자게임기의 경우 백화점, 대형소매점, 대구유통단지의 전자상가 등 여러 곳을 다니며 가격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자.
◆남을 위해서도 쓰도록
합리적으로 소비나 저축만 강조하면 남을 위해 돈을 쓸 줄 모르는 '스크루우지'가 된다. 성숙한 기부문화를 만들려면 어릴 때부터 '돈을 잘 쓰는'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 아이들에게 소비를 위한 돈, 저축을 위한 돈, 남을 돕거나 종교에 기부하는 돈 등을 구분해서 관리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보는 것도 방법. 예를 들면 소비(30%), 저축(60%), 기부(10%) 등과 같은 계획을 세우도록 하자. 돈으로 남을 도우면 자신도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생각을 어릴 때부터 갖도록 한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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