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일현의 교육프리즘] 긍정의 힘

'3월 첫 모의고사 성적이 일 년을 좌우한다.' 해마다 2월이 시작되면 예비 고3 교실을 점령하여 학생들을 긴장하게 하는 입시격언이다. 수험생들의 시험에 대한 두려움은 이렇게 시작되고, 상당수의 학부모와 선생님들도 이 터무니없는 말에 동조한다. 이 악성 루머에 대해 잠시만 생각해 보자. 3월 모의고사가 정말로 한 해 성적을 좌우한다면 성적이 잘 나온 학생이나 못 나온 학생이나 더 열심히 공부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노력과는 상관없이 3월 성적보다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살아있는 생명체에게 있어서 생명활동의 핵심은 변화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생명 유기체가 아니고 돌과 같은 무생물이다. 나이에 관계없이 사람은 누구나 노력하고 공부한 만큼 지능이 발달하고 실질적인 지적 진전이 일어난다. 첫 모의고사를 못 친 학생이 최종 결과도 좋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다. 왜 그럴까? 부정적인 자기 암시 때문이다. 첫 모의고사의 저조한 성적이 마지막까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일 년 내내 가지고 있으면 투자한 시간에 비례하는 성과를 거둘 수가 없다. 자기 부정에서 파생되는 자신감의 상실이 모든 가능성을 파괴해 버린다.

키프로스의 왕자 피그말리온은 평소 주변 여성들에게서 별 매력이나 호감을 느끼지 못했다. 조각가인 그는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여성상을 상아로 만들고는 그 조각상을 사랑하게 되었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왕자의 간절하고 지극한 마음을 헤아리고 그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 피그말리온은 생명을 얻은 조각상 갈라테아와 결혼했다. 간절히 소망하면 이루어진다는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교사가 학생을 대할 때, 조직의 책임자가 부하를 대할 때, 부모가 자녀를 대할 때도 여전히 유효하다. 수험생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 모두가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모든 것을 잘 할 수 있고, 잘 될 것이라고 믿고 기대하면 그대로 이루어질 확률은 훨씬 높아진다.

가짜 약도 진짜라고 믿으면 치료 효과가 있다는 '플라시보 효과'라든가, 현재 자기계발 서적 중에 베스트셀러인 론다 번의 '시크릿'이나 마이클 로지에의 '끌어당김의 법칙'같은 책도 표현만 다를 뿐 내용은 같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 주의와 에너지를 집중할 때 원하는 바가 자신에게 끌려오며, 그 실현 속도는 얼마나 믿고 확신하느냐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원하는 것을 마음으로 보고 믿으면, 실제 손으로 쥐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예비 수험생과 학부모는 첫 모의고사를 두려워하지 말자. 변화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모든 일의 성패를 좌우한다.

윤일현(교육평론가·송원교육문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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