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의 틀을 바꾼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영어공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영어 사교육을 더 받아야 한다는 것 아닙니까?"
대통령직인수위가 영어교육 강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학생, 학부모들이 대혼란을 겪고 있다. 2012년부터 모든 학교에 영어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가 하면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대입시험을 치르는 2013학년부터 수능 시험에서 영어를 빼내 '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학생, 학부모, 교육현장 모두 메가톤급 변화에 넋나간 듯하다.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인수위 발표대로 영어교육 정책이 바뀌면 지금과 같은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영어를 생활화하고 학부모들의 참여도를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어떻게 바뀌나
인수위가 내놓은 영어교육 정책은 크게 영어수업과 대입제도의 변화로 요약된다. 영어수업의 경우, 2010년부터 초등학교 3, 4학년과 중학교 3학년, 고교 1학년을 대상으로 영어과목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2012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 모든 학년에서 영어로 영어수업을 한다는 방침이다. 또 2010년부터 초등 3, 4학년 영어수업 시간을 매주 1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리고 이듬해부터 초등 5, 6학년까지 확대 적용한다.대입제도도 확 바뀐다. 올해 중2가 대입시험을 치르는 2013학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포함돼 있는 외국어(영어)영역을 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 대체할 방침이다. 인수위는 우선 듣기와 읽기만 평가하고 2015학년도부터 말하기, 쓰기까지 4개 영역을 모두 평가하기로 했다. 읽기와 듣기는 등급제로 평가하고 말하기, 쓰기는 합격·불합격 방식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가슴 답답한 학부모들
현재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은 걱정부터 앞선다. 사교육비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걱정은 물론, 앞으로 아이들을 어떻게 공부시켜야 될 지도 만만찮은 고민거리.
대구 달서구 대곡초교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정경희(43·여)씨는 "조기 영어교육을 강화한다는 차기 정부의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영어시험이 바뀌다보니 아이들 공부를 어떻게 시킬지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일단 읽기와 듣기는 지금처럼 하면 될 것 같은데 말하기와 쓰기가 문제. 정 씨는 "말하기를 하려면 정확한 발음을 배워야 하는데 학교 교사들 뿐 아니라 원어민 강사 중에서도 사투리를 사용해 발음이 별로 좋지 않은 사람들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그는 지금은 영어학원과 전화영어 등을 통해 아이를 공부시키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학원에 보내야 할지 걱정이란다.
학부모 김정미(40·여·대구 달서구 도원동) 씨도 "지금은 문법이나 듣기에만 초점을 맞추면 되지만 앞으로는 말하기나 쓰기 등 4가지 분야를 골고루 잘 해야 하니까 아이들이 더 힘들어질 것 같다."며 "조금이라도 빨리 외국에 단기유학이라도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조급해졌다."고 털어놨다.
◆영어공부의 틀을 바꿔라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영어의 생활화'를 주문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영어공부에 동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앞으로 영어수업과 시험에 잘 대비하려면 지금처럼 주입식 학습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최보경 지산중학교 영어 교사는 "한주일에 적어도 하나 정도의 표현은 외우고 같은 수준의 학생들끼리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서로를 점검하는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수위 발표대로라면 영어교육의 관건이 말하기와 쓰기인데 이는 영어를 생활화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 교사는 "매일 간단하게라도 영어 일기를 쓰고 인터넷를 활용해 발음이나 표현을 정기적으로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렇게 하면 말하기나 작문 능력이 길러진다는 것. 그리고 교육청 등이 개최하는 에세이쓰기대회나 영어연극 등 다양한 영어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문법을 너무 등한시해서도 안 된다. 그는 "문법이 몸에 배여 있어야 말이나 글로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문법은 꼼꼼히 익혀야 한다."고 했다.
김은주 영진전문대 국제관광계열 교수는 "이제 주입식 교육으론 안 된다."며 "영어를 공부로 생각하지 말고 언어를 하나 더 배운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단순하게 외우기보다 단어 하나라도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하면서 이해를 한 뒤 반복하는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 김 교수는 "쓰기의 경우도 읽은 부분들을 직접 써보면서 논리정연한 감각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기에 덧붙여 학부모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도명기 대구교육대 영어교육학과 교수는 "학부모들이 단순히 아이들을 학원에만 보내려 하지 말고 아이들이 영어공부를 자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집에서 TV를 보는 대신 아이 옆에서 같이 공부를 하거나 아니면 신문이라도 보면서 분위기 조성을 해줘야 한다는 것. 도 교수는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가 있으면 그 분야와 관련된 영어책을 사준다거나 화상이나 온라인을 통한 영어 프로그램들이 많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학원을 고를 때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김병직 앤도버외국어학원 원장은 "단순한 주입식, 입시형태의 학원보다는 회화나 쓰기 등 여러가지 환경을 접할 수 있는 영어전문 학원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 "영어를 잘 가르치려면…" 김정희 의성 점곡초교 교사
김정희(33·여) 경북 의성 점곡초등학교 교사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영어수업을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제시하고 있다. 김 교사는 최근 열린 '제2회 전국영어수업개선 실천사례 연구발표대회'에서 전국 최우수 1등급으로 입상했는가 하면 서울에서 열린 제2회 영어수업 발표회에서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의 표본'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가 진행하는 영어수업 방식은 '맞춤형 thinking play' 활동이다. 즉 놀이와 역할극을 통한 반복학습이다.
▷놀이를 이용하라=윷놀이나 사방치기, 주사위놀이 등을 이용해 아이들이 즐기면서 영어 단어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주사위놀이에서 11칸을 이동했는데 그 칸에 'Where are you from?'이 있다. 그럼 아이는 'I'm from korea.'로 대답한다. 이렇게 각 면에 질문 등을 넣어 자연스레 표현을 익히게 하고 있다.
▷상황을 만들어라=동물이나 스포츠 등 다양한 주제를 갖고 아이들을 변신시킨 뒤 아이들에게 1, 2분 정도 상황에 맞는 영어로 이야기하게 하고 있다. 이른바 '역할극'이다.
▷개별 활동지를 활용하라=아이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용지를 주고 자신이 배운 영어를 최대한 이용해 소개하도록 하고 있다.
전창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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