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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순 돌풍…안동 핸드볼큰잔치에서는 미풍

▲ 영화
▲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흥행 돌풍과 일본과의 베이징올림픽 예선 재경기 승리로 한껏 달아오른 핸드볼 인기에 비해 실제 핸드볼 경기장을 찾는 관중은 그리 많지 않았다. 4일 오후 2008안동핸드볼큰잔치 준결승 경기가 열린 안동체육관.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경로당에 있으면 적적해 바람 쐬러 나왔제. 경품도 준다 카는데 잘 됐지 뭐. 핸드볼이 우예 하는 건지 우리 같은 노인네가 알겠소? " 안동체육관 부근에 산다는 김봉수(72) 할아버지가 한마디 하자 지나가던 다른 노인 한 명이 거든다. "내일도 경기하는가? 경품도 있고?"

영화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흥행 돌풍도, 일본을 꺾고 베이징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따낸 남녀핸드볼 대표팀의 선전도 안동에 핸드볼 바람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4일 2008 안동핸드볼큰잔치가 열리고 있는 안동체육관을 채운 관중은 많이 잡아야 500여 명에 불과했다. 예년보다야 늘어난 숫자지만 그 속사정은 핸드볼 인기 상승과 거리가 멀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선수들은 끊임없이 몸싸움을 하며 투혼을 불살랐지만 관중들의 호응은 별로 없었다. 막대 풍선을 흔들며 적극 응원하는 이들은 다른 팀 선수들이었고 한 방송사에서 프로그램을 만들며 나눠준 종이에 응원 문구를 적는 이벤트도 있었지만 막상 경기 중 이를 흔드는 이들도 소수였다.

5살난 딸을 데리고 체육관을 찾은 이수영(36·여) 씨는 "TV에서 한국과 일본의 경기를 지켜본 뒤 직접 경기를 보려고 왔다. TV에서 본 것 보다 훨씬 박진감이 넘친다."면서 "여자 선수들이 몸싸움을 하다 코트에 나뒹군 뒤 일어나서 경기를 계속 하는 모습이 대단하다. 관중석이 더 흥겨우면 선수들도 신이 나서 더 잘할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우리 핸드볼 수준은 세계에서도 손꼽히지만 경기장을 찾는 핸드볼 팬은 극소수. 이날 관중석을 채운 이들은 상당수가 노인들이었고 경기를 지켜보는 그들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경기장 한쪽에서는 노인들이 둘러앉아 장기판을 벌이며 경품 추첨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재영(52) 대구시청 핸드볼팀 감독은 "지난해 안동국제여자핸드볼대회에 관중들이 꽤 왔고 홍보도 열심히 한 데다 영화 '우생순'과 남녀 핸드볼 대표팀이 우여곡절 끝에 일본을 꺾고 베이징올림픽 티켓을 따내 호응이 클 것으로 기대했는데 안타깝다."며 "핸드볼인들이 고민을 해봐도 답이 안 나온다. 핸드볼이 정말 시선을 끌기 어려운 것인가 하는 자괴감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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