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姜 "사퇴 강수 안뒀으면 당 깨질 위기였다"

"개혁 공천으로 대구·경북민 기대 부응할 것"

▲ 당무 거부사태까지 빚으며 한나라당의 친이와 친박세력 간의 공천파동을 해결한 탓에 강재섭 대표의 모습은 피곤해 보인다. 서명수기자
▲ 당무 거부사태까지 빚으며 한나라당의 친이와 친박세력 간의 공천파동을 해결한 탓에 강재섭 대표의 모습은 피곤해 보인다. 서명수기자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공천갈등과 관련, 자신이 대표직을 거는 강수를 두지 않았으면 "당이 깨지는 위기에 몰렸을 것"이라며 "개혁 공천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 후보 경선과 대선 과정에서 당 갈등 해결사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대구·경북 현안 해결사 역할을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한나라당 공천갈등이 봉합된 5일 강대표를 만나 공천 문제를 비롯한 정치 현안에 대해 그의 의견을 들어봤다.

-공천 갈등이 일단 봉합됐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관측이다.

▶(당무 거부가) 부패 사범을 옹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당규를 기계적으로 적용해 문전에서 잘라버리려 하면 안 된다. 그대로 설 지나고 9일부터 개별 심사에 들어갔으면 당이 깨졌을지도 모른다. (그런 위기를) 내가 미리 내다보고 강수를 둬 수습된 것이다. 앞으로 투명하게 공천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방호 사무총장의 사과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는가.

▶이 사무총장을 100% 불신했으면 해임했을 것이다. 지나쳤으니 시정하라는 것이 포인트였다. 목적이 달성됐으니 (당에) 돌아와야 되지 않겠나.

-이 사무총장에게 공천 지분을 요구하지는 않았나.

▶집에 불이 났는데 무슨 그런 소리를 하겠나.

-계파 간 제몫 챙기기를 하다 보면 물갈이가 어려운 것 아닌가.

▶국회의원이 어항 속 붕어도 아닌데 물갈이란 말은 적당하지 않다. 좌파정권 10년을 끝내고 우파가 집권한 만큼 무사안일과 부패를 조심해야 한다. 국민들은 중앙권력과 지방권력을 잡은 한나라당에 의회권력까지 내주면 수구부패로 회귀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래서 개혁 공천이 필요하다. 그러나 나이 많다고 무조건 나가라는 것은 개혁 공천이 아니다.

-대통령 꿈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강재섭계'가 너무 적은 것 아니냐.

▶지금 강재섭계가 있으면 당이 망한다. 이명박 당선인은 대통령이 됐으니 'MB계'가 있을 수 없다. 경선, 대선, 총선을 다 치르는 대표는 없었다. 때문에 총선을 잘 치를 생각만 하고 있다. 그 뒤에 내 거취 문제를 생각하려 한다.

-대통령직인수위 활동을 평가하면.

▶80점 정도 된다. 과거에 비해 공무원 얼차려 주기 비슷하게 무분별하지 않고 세련됐다고 본다. 다만 영어 몰입 교육, 유류세 인하 등의 '오버'는 옥에 티다.

-총선 전략은 뭔가.

▶시험치는 당이 몇 점 맞겠다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과반 의석이 안 되면 단상 점거 모습이 여의도에 또 재현될 것이니 과반을 달라고 호소하려 한다. 영어 몰입 교육, 한반도 대운하 등은 국민 여론을 수렴해 대처하려 한다.

-바람직한 당청 관계는.

▶대통령이 당 총재가 아닌 경우는 한나라당에서 처음이다. 청와대와 당이 너무 멀어져 따로 돌아가면 대통령 책임제가 아니라 무책임제가 된다. 책임질 것은 지고 협조할 것은 잘 협조할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구·경북의 기대가 크다.

▶대구·경북이 지독한 야당을 10년 했다. 일하려면 정권이 훼방만 놓았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를 위해 국회 특위를 만드는 것도 훼방놓았고,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 예산 집행도 못하게 방해했다. 오랫동안 인동초 같은 세월을 보냈으니 이제 빛을 좀 봐야 하지 않겠나.

-인수위에 지방 정책이 없다는 비판이 있다.

▶중앙정부 인수가 급하니 그렇게 보일 따름이다. 정부가 출범하고 난 뒤 지방 정책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이다.

-대구·경북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대구·경북에서 밀어줘 대통령 되기보다 더 어렵고 중요한 조정자적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대구·경북의 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해결사 역할을 하겠다. 능력 있는데 피해 보고 좌절한 인재들을 발굴해서 키우는 일에도 앞장서겠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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