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 시평] 설날, '가족나무'를 키워보자

'설' 하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가족', '흩어진 가족이 모인다', '차례', '세배', '세뱃돈', '윷놀이', '고스톱' 등 가족간의 유대감을 연상시키는 단어가 떠오른다. 반면 여성들은 '일', '차밀림', '서글픔', '귀찮다' 등의 반응을 보인다. 이처럼 '설'명절에 대한 느낌은 남녀 또는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느껴질 수 있다.

설날이 되면 객지에서 살던 일가친척들이 모이고 차례를 위해 함께 음식을 장만하고 세배를 하면서 새해의 건강과 축복을 기원하는 덕담을 주고받기도 한다. 조상에 대한 제례의 의례적 행위는 죽은 사람을 산 사람과 떼어 놓기보다는 죽은 사람과 산 사람과의 상호관계를 환기시켜 주는 성격을 지닌다. 죽은 사람을 살아 있는 세계에 다시 통합시키고, 받아들이는 행위로서 천상과 지상과의 만남이기도 하다. 그동안 있었던 자신들의 생활이야기, 기뻤던 일 또는 아쉬웠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가족간의 진정한 '만남'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여기에는 분명 시간적·공간적인 만남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새날이 시작되는 '설날'에 명절증후군으로서의 여성이 느끼는 부정적인 이미지들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사람과 사람 더구나 가족과 가족 간의 관계에는 갈등이나 오해가 있기 쉽다. 그러나 건설적인 갈등해결방법을 통하여 새로운 너와 나 즉 조화롭고 성장하는 관계로 '너도 좋고 나도 좋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차례를 지내고 친지들과 정을 나누며 웃음소리가 들리는 정겨운 설이 있다면 거기에는 뒤에서 고생하고 수고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알뜰살뜰한 장보기, 밤잠 설치며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는 고생한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때 서로서로에게 '고맙다' '수고했다'는 한마디 말은 여성뿐아니라 나아가 가족의 유대감을 지켜주는 보약이 될 것이다. 이때 말은 그 단어의 의미와 함께 얼굴표정, 어조, 억양도 함께 전달된다. 진정한 마음이 담겨진 말 즉, 일치된 언어와 함께 그 실천이 주어진다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한마디로 내가 무엇을 느끼고 원하는지를 알고 그것을 기꺼이 표현하고 행동으로 옮겨갈 때 상대방에 대한 사랑과 이해는 더욱 깊어진다.

행복은 분명 GDP 순이 아니다. 행복의 첫 단추는'화목한 가정'이며, 이는 즉 가족나무(Family Tree)의 뿌리가 튼튼하고 가지가 건강하고 힘차게 뻗어나올 때 생겨난다. 최근 우리사회에서는 가족의 뿌리가 약화되어 가족해체가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의 나는 나 혼자서 태어나지 않았고 부모가 있고 그 위의 조상들이 있다. 이번 설날에는 나를 있게 한 그 가족나무의 뿌리를 생각하고 그 가르침과 그들의 삶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선대와 현재 그리고 후대(자식세대)를 생각하면서 설날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단위인 가족나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개인적·가족적, 그리고 국가적인 특별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함을 기억해야 한다.

禮記에서 제시된 다음과 같은 글은 정립된 가족생활양식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바른길로 이끌되 억지로 끌지 않으면 화합되고, 북돋워 주되 억지로 밀지 않으면 편안하고, 열어주되 통달시키지 않으면 스스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의 정신으로 정립된 양식을 실천하기 위한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하여 이번 설은 뿌리가 더욱 튼튼하고, 가지가 무성하여 풍성하고 탐스런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가족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한 가족나무를 기대해 본다.

김정옥 대구가톨릭대학교 건강가정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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