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돈 급한 이웃에 대출받아 돈 빌려준 아저씨

내가 1996년 중개업을 할 때였다. 내 사무실에는 가끔 찾아오시는 손님이 있었다.

밭에 채소를 심어서 새벽으로 시장에 가서 팔아서 모은 돈으로 토지를 샀다고 했다. 부지런히 일을 해서 노후에는 여유를 가지고 생활을 하고 계셨다.

급한 일로 목돈이 필요한 나는 그분께 보증을 서 달라는 부탁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분께서 하시는 말씀은 보증을 서느니 내가 가진 돈으로 빌려줄 테니 돈이 있을 때 갚으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나는 그때 아이가 다섯이었다."아이 다섯을 키우는 데 안 도와 드릴 수가 없지요." 하시고는 그 다음날 아침에 수표로 250만 원을 찾아서 주고 가셨다. 아무런 조건이 없었다. 그 후로 돈을 2년에 걸쳐서 갚았다. 그런데 남편이 일을 하는 시추기에는 에어콤프레셔가 있어야 하는데 고장이 나서 수리비가 700만 원이 나왔다. 우리에게 그런 큰돈이 있을 리 없었다. 대구의 서비스센터에서 몇 달이 걸려도 찾아가지 못하자 경매로 넘긴다고 했고 남편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남편과 함께 다시 그분을 찾아갔다.

"내가 지금 가진 돈이 그렇게 큰돈이 없지만 마이너스 대출로 돈을 빌려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내일 아침 대구로 가서 기계를 찾아서 하루빨리 일을 하게나."우리 부부의 눈에서는 눈물이 났다.

"나중에 아이들이 크면 찾아오는 것으로 우리는 행복하게 생각을 할 게요." 아주머니께서도 우리에게 아무런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아이들이 크면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생각을 하시겠노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우리는 지금 아이 일곱을 키우고 있다.

남편은 그 다음날 아침에 돈을 찾아서 날아갈 듯 대구로 가서 기계를 찾아왔다. 그리고 무거운 쇠파이프를 들고 지하수 개발하는 일을 혼자서 감당했다.

나는 남편이 일을 하러 나가는 것을 보고 하늘을 바라보며 감사의 눈물 흘렸다. 그 하늘에 빛나는 태양이 있었고 우리의 옆에는 사랑을 실천하는 이웃이 있었다.

김순호(경북 김천시 성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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