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성아트피아, '대구문화 리더' 구립회관의 힘

▲ 개관 10개월을 맞은 수성아트피아는 겨울방학에도 수많은 아이들이 전시회를 찾을 정도로 시민들의 문화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개관 10개월을 맞은 수성아트피아는 겨울방학에도 수많은 아이들이 전시회를 찾을 정도로 시민들의 문화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구(區)마다 하나씩 있는 문화회관이지만 그곳에 가면 뭔가 다른 게 있을까?

지난해 5월 문을 연 수성구립 문화회관인 '수성아트피아'가 대구의 새로운 문화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문화욕구가 높은 시민들, 지자체의 과감한 투자, 전문가들이 빚어낸 기획력. 이 세 가지가 한데 뭉쳐 수성구뿐 아니라 대구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0개월간 보인 파격적인 운영방식과 성과는 구립 문화회관의 새로운 모델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구립문화회관, 못할 게 없다=개관 첫해 수성아트피아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수익률 79%. 대부분의 구립문화회관이 20~30%, 잘나간다는 곳도 60%를 채 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여기에는 수성아트피아만의 특별난 기획력이 숨어 있다. "수성아트피아는 좀 다르다는 평을 듣고 싶었습니다." 박정숙 수성아트피아 공연팀장은 평소 작품 구상으로 잠시 쉴 짬도 내기 어려울 정도다. 그는 한 민간 기획사에서 일하다 기획력을 인정받아 스카우트됐다. "시민들이 한 번쯤은 꼭 보셨으면 하는 작품 위주로 고르고 있어요. 민간 기획사들이 수익성이 낮다며 꺼리는 공연도 작품성만 있다면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게 이곳만의 장점이지요."

소프라노 조수미, 장사익, 패티김, 러시아내셔널오케스트라… 지난 한 해 동안 굵직한 공연들이 무대에 올려졌다. 구립문화회관에서 조수미 공연을 유치한 것은 서울 노원구에 이어 두 번째. 수성아트피아가 1호 공연으로 조수미를 선택했지만 섭외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박 팀장을 비롯한 공연 준비팀이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조수미 씨가 하루 짬을 내도록 하는 데 겨우 성공할 수 있었다. 공연장을 둘러본 조수미 씨는 자신의 출연료를 털어 합창단을 섭외해 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꾸몄을 정도로 무대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렇다고 유명 아티스트들의 공연만 무대에 올린 것은 아니다. 괜찮은 신인도 과감하게 무대에 올렸다. 입장료가 비싸다는 것도 오해다. 지난 한 해 공연한 입장료 평균액수는 2만7천 원이었다.

◆과감한 투자, 아낌없는 지원=시민들은 앞에서 보면 날아오르는 학의 모습을, 옆에서 보면 배의 모습을 한 건물의 외관에 반한다. 과감한 투자와 지원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수성구청이 이 공연장을 짓는 데 쏟아부은 돈은 368억 원. 수성구청 관계자는 "좋은 문화회관을 짓기 위해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등 전국 유명 공연장을 다니며 많은 전문가에게 자문을 한 결과물"이라고 했다.

음의 효과적인 확산과 반사를 위해 곡선으로 처리한 천장, 벽체도 소리가 오랫동안 유지되도록 자작나무 원목을 썼다. 무대음향 시설도 국내 최초로 광케이블을 이용한 디지털전송방식을 채택, 최적의 음향이 창출될 수 있도록 했다. 객석의자도 개당 35만 원이나 한다.

현재 주차장도 기획 당시보다 두 배 가까이 넓어졌다. 문화회관 설립 추진을 담당했던 한 공무원은 자리를 내놓을 각오를 하고 구의회 의원들에게 주차장 증설의 필요성을 설득하며 뛰어다녔다. 이런 노력 끝에 36억 원의 예산을 더 투입, 172면의 주차공간을 더 늘릴 수 있었다. 시설 면에서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과감한 예산 지원은 다른 구립 문화회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수성구청은 지난해 32억 원, 올해는 37억 원을 수성아트피아에 지원했다. 사업비만 10억 원이다. 다른 구립 문화회관들이 사업비 1억 원으로 1년 살림을 꾸려가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투자다.

◆수성구 입지도 한몫=김순영(61·여·수성구 범물동) 씨는 수성아트피아를 안방처럼 드나든다. 클래식, 오페라 등 공연이 있을 때뿐 아니라 문화예술 강의에도 빠지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12만 원이나 하는 오페라 강의에 참가했다. "서울에서나 들을 수 있는 유익한 강의를 동네에서 들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문화강좌는 부산에서도 청강생이 올 정도다.

이곳이 대구의 문화 메카로 도약할 수 있었던 배경은 수성구 주민들의 높은 문화욕구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수성구 아줌마들의 열성은 놀라울 정도다. 이미애 전시기획팀장은 "한 번씩 둘러보고 나가는 게 아니라 전시장에서 평균 30~40분 정도 머물면서 작품 감상에 빠져있는 관람객이 많다."고 했다. 지역에서 최초로 선보인 '마티네'(오전 콘서트) 공연과 '전시는 무료'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도입한 유료 전시회도 '수성구'였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김성열 수성아트피아 관장은 "문화와 관련없는 행사에는 일체 공연장을 빌려주지 않음으로써 전문공연장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혀나갈 것"이라며 "지역민들의 다양한 문화 욕구를 채워줄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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