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 최점현 육군교육사령부 장교

"5천년 태권도 역사 50년으로 착각 마시길"

"100년이 지나더라도 후손들이 태권도 역사를 연구할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글자씩 써내려 갔습니다."

태권도학 전공자나 관련 종사자도 아닌 현역 군인이 5천 년에 이르는 대한민국 태권도사(史)를 갈무리해냈다. 육군교육사령부 전투지휘훈련단에서 항공장교로 근무하고 있는 최점현(43) 중령이 10여 년의 노력 끝에 '대한민국 태권도 오천년사'를 펴낸 것.

최 중령은 "태권도의 역사가 고작 50년 남짓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현실을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태권도라는 이름이 붙여진 게 1955년일 뿐 태권도는 수박, 당수, 태껸 등 그 이름을 달리하며 수천 년을 내려왔다는 것.

"민족 고유의 무술인 태권도의 역사성을 훼손하는 주장들이 터져나오는 데도 체계적인 반박이 없다는 게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태권도 5천 년사를 정리하는 자체만으로도 이 같은 주장에 반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죠."

최 중령이 집필을 준비하기 시작한 건 벌써 2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학창 시절부터 짬이 날 때마다 전국의 도서관과 헌책방을 돌며 무술에 관한 자료들을 모았다. 각종 신문과 잡지, 계간지, 저널 등을 수집했고 당수, 수박도 등 무술에 관한 고서들도 수집했다. 그가 모아온 각종 고서와 국내·외 희귀 자료들만 방 한 칸을 가득 채울 정도다. 그리고 본격적인 집필을 시작한 지 10여 년 만에 놀라운 결과물을 내놓았다.

"전투헬기를 조종하는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야하는 게 쉽진 않았습니다. 휴가 때는 헌책방과 도서관을 누비는 게 일이었으니 가족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죠."

최 중령이 태권도와 인연을 맺은 것은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의 권유 덕분이었다. 입문 이후, 31년 동안 태권도는 그의 인생의 큰 몫이었다. 경북 칠곡군에서 태어나 1984년 경북 선산군 오상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경희대 태권도학과에 진학, 태권도와 끈질긴 연을 이어왔다. 학창 시절에는 각종 태권도 선수권대회에서 입상했고 학사장교로 군 복무를 계속하면서도 국제심판 자격증을 땄다. 지난 2003년에는 국내 최연소로 공인 7단에 오르기도 했다.

최 중령의 가족들도 태권도와 인연이 만만치 않다. 3남 3녀 중 삼 형제가 모두 직업군인으로 군에 복무하면서 태권도 유단자이다. "가족 모임이 열리면 온통 태권도 얘기뿐이에요. 서로 태권도 공부를 누가 더 많이 했느냐로 입씨름을 벌이죠. 여자들은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하하."

최 중령이 펴낸 '대한민국 태권도 오천년사'는 우리나라 시대별 무예와 광복 이후 태권도의 변천 과정, 태권도가 세계화된 계기였던 월남전, 태권도사를 둘러싼 여러 논쟁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군을 중심으로 한 태권도의 발전 양상도 다루고 있는 것도 특징.

최 중령은 태권도 사랑을 더욱 키워나갈 작정이다. "이번에 펴낸 내용을 각 항목별로 세부적으로 더욱 구체화시켜서 전집 형태로 만들어내는 게 다음 목표입니다. 10년 혹은 20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후손들에 대한 책임으로 믿고 작업을 계속하려 합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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