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향 정 듬뿍 안고 돌아온 시민들 일상 복귀

"설 연휴 스트레스 훌훌 터세요"

직장인 박모(38·달서구 성당동·전산업) 씨는 11일 설 연휴를 끝내고 출근하는 길이 그렇게 마음 편할 수 없었다고 홀가분해했다. 그는 "명절 준비로 지친 아내의 스트레스를 받아주는 것은 고스란히 남편 몫"이라며 "욱하는 마음을 참으려다 보니 화병이 생길 지경"이었다고 하소연했다.

5일간의 길었던 설 연휴가 끝난 11일 시민들은 연휴 동안의 일들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차분하게 일상으로 복귀하는 표정이었다. 명절 후유증에 지친 주부와 남편들의 하소연부터 스트레스만 잔뜩 받고 돌아왔다는 구직자, 수험생 등의 한숨이 높았지만, 모처럼 고향의 정을 안고 돌아왔다는 이들도 많았다. 한국도로공사 경북본부에 따르면 연휴 마지막날인 10일 대구로 들어온 차량은 모두 20만 대가량으로 일 평균(28만 대)보다 많이 적어 편안한 귀갓길이 됐다.

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는 연령대를 가리지 않았다. 한모(42·북구 태전동) 씨는 "남편이 맏이여서 명절 상차림은 매년 내 차지인데 남편은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도 안 해 명절만 되면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라고 했다. 반면 2년 전 며느리를 맞았다는 이모(58·여) 씨는 "요즘 젊은 며느리들은 차례 음식을 만들 줄도 모른다. 제수 음식 장만하랴, 손자 뒤치다꺼리하랴, 설거지하랴 등골이 휜다."고 했다. 명절 스트레스는 마케팅 대상까지 되고 있다. 동아백화점은 14일 명절 스트레스로 지친 30~50대 주부를 위한 추억의 발라드 공연과 피부 관리 행사를 진행한다.

경기 불안과 정치 얘기도 명절의 최고 화제 중 하나. 성모(41·김천시) 씨는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았는데 새 정권에서는 물가가 안정되고 서민이 잘 사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젊은 구직자들에게는 설 명절이 길게만 느껴졌다. 권모(31) 씨는 "대학 졸업하고 4년이 지나는 동안 공무원 시험 준비도 해보고 중소기업에까지 지원서를 넣어봤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친척들 볼 낯이 없어 차례만 지내고 독서실에서 남은 명절을 보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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