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이 아닙니다." 숭례문 화재를 접한 경주 양동마을 주민들은 지난달 발생한 불을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민속마을인 양동의 한 초가집에 불이 난 것은 지난달 18일 오전 10시 30분쯤, 권모(82) 할머니가 아궁이에 지핀 불이 옮겨붙어 일어난 이 불은 소방대원들이 진화할 때까지 40여분 동안 33㎡를 태워 소방서 추산 1천500여만 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불이 난 후 신고를 받은 경주소방서 안강119센터가 현장에 도착한 것은 6분 남짓 지난 후. 비교적 빨리 출동한데다 마을 주민들이 초기 대응을 잘해 기와와 초가집 일색인 인근 주택으로 번지지는 않아 큰 화재는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불이 난 후 주민들이 지금까지 분노하고 있는 점은 20여억 원을 들여 설치한 지상소화전이 무용지물이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화재 직후 현장에서 20여m 떨어진 곳에 있던 실외소화전을 찾아 진화에 나섰는데 물이 나오지 않아 소방차가 도착할 때까지 발을 굴려야 했다."면서 "집 주변에 있던 소화전만 작동했더라도 바로 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지상소화전 30개는 경주시가 당시 마을회관 앞에만 설치된 지상소화전 1개로는 화재에 취약하다는 판단에 따라 2005년 12월부터 2007년 5월까지 20억 원을 들여 전선지중화 및 배수펌프장 사업과 함께 설치한 것.
그런데 상수도 파이프와 연결시켜 둔 상태였지만, 막상 불이 나자 가동이 되지 않았다.
소방 당국은 "공사 완료직전 예비점검을 실시, 30개의 소화전 중 3개에서 미비점이 드러나 시정을 권고했는데 그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면서 "준공 후 지자체가 소방서에 사용전환을 하면 소방서에서 관리를 하게 되는데 그런 절차를 진행하기 전이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는 "상수도관로에서 개별 옥외 소화전으로 연결하는 제수밸브가 잠겨 있다 보니 가동이 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마을주민들은 "제수밸브는 지하 1m 아래에 묻혀 있어 일반 사람들의 손길조차 미치지 않는다."며 "소방당국의 사전점검 이후 6개월 이상, 그것도 화재발생 빈도가 높은 겨울이 왔는데도 당국이 무관심으로 방치하다 보니 작동 불능이라는 사태까지 빚어졌던 것"이라고 질책했다. 당시 조기 진화를 하지 못했을 경우 일어났을 상황을 떠올려보면 지금도 가슴이 철렁한다는 것이다.
경주시가 세계문화유산 등재작업을 추진 중인 양동민속마을은 150여 가구가 밀집해 있고 보존상태도 좋아 마을 전체가 중요민속자료 제189호로 지정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국보 1점을 포함해 23점의 지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조선시대 전형적인 양반촌으로 2003년부터 10년 계획으로 595억 원을 들여 정비작업을 하고 있다.
경주·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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