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음식을 사먹어 본 사람들 중에는 께름칙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뜨거운 기름에 볶거나 튀기는 조리법이 주종을 이루고 있어 음식 자체야 별 문제 없다 해도 꾀죄죄한 그릇이나 수저, 식탁 등을 보노라면 영 개운치가 않을 때가 많다.
'비행기와 탁자 빼고는 무엇이든 요리할 수 있다'고 할 만큼 음식대국이라는 점에 한껏 자부심을 갖고 있는 중국이지만 음식의 위생문제만큼은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몇 년 전부터 위생과 환경 문제 개선에 국가적 총력을 기울여온 덕분에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좋아지기는 했다. 안전한 올림픽 음식을 위한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의 노력은 가히 눈물겨울 정도이다. 역대 올림픽에서 볼 수 없었던 '공식 도시락'의 등장은 중국 당국이 이 문제로 얼마나 고심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행사 관계자와 선수, 보도진에 판매할 예정인 도시락은 식품의 안전 문제 해결과 양질의 식사 제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고육지책에 다름 아니다. 더욱이 우유'쌀'샐러드'양념 등을 조리 및 배식되기 24시간 전 흰쥐에게 먼저 먹이는 기상천외한 방법까지 사용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쥐는 17시간 내에 역반응을 나타내 박테리아 배양 등 실험실 분석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식중독 사고 방지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오죽 걱정이 크면 쥐에게 먼저 먹이기까지 할까.
하지만 식중독 예방을 위한 중국 측의 이런 노력이 예상치 못했던 암초에 걸려든 것은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다. 다름아닌 일본에서 터진 중국산 '농약 만두'사건. 살충제 성분이 든 냉동만두를 먹은 일본인들 중 400명이 넘는 피해자가 발생했나 하면 마이니치 신문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일본 소비자의 97%가 중국산 식품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런 것들이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암운이 되지 않을까 중국 당국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급기야 미국이 자국 올림픽 대표팀이 먹을 음식을 미국에서 대량 공수할 계획이라는 뉴욕타임스의 보도는 중국 측을 더한층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올림픽을 발판으로 일류 국가로 비약하려는 중국이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 갈지 주목된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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