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등생' 2명이 전하는 공부비결

"사교육 안해도 공부 잘 할 수 있어요"

'공부엔 왕도가 없다.'는 말을 흔히 한다. 그래서 공부를 잘하려면 집중과 끈기, 열정, 탐구심 등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많은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고 싶어도 효율적인 방법을 못 찾는 것이 현실이다. 쉽게 포기하고 절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공부를 즐기면서 성적을 올리는 학생들이 있다. 그래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이야기엔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올해 대입에서 두드러진 성적을 거둔 두 학생을 만나 그들만의 비결을 들어봤다. 그들은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공부 잘하는 길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글 전창훈기자 사진 정우용·김태형기자

♠ 영남대학교 의대 정시합격 조기재군

지난달 중순 영남대 의대 정시모집에서 합격,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하게 된 조기재(19·대륜고 3년) 군에겐 공부에 눈을 뜨게 한 사건이 있었다. "중 2때였어요. 공부를 좀 한다는 친구가 말다툼 도중 '자신의 발 끝도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자존심이 상했지만 곧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그 때부터 공부에 전력투구를 했어요." 어찌보면 사소한 일이었지만 자존심이 센 조 군에겐 큰 전환점이 된 셈이다. 그 전까지 반에서 15등 정도 하는 평범한 학생을 전교 3등 안에 드는 우등생으로 변신시킨 것이다.

방과후 그저 놀기만 했던 조 군은 '그 사건' 뒤, 집에서 매일 2시간씩 수학 위주로 문제집에 몰입했다. 그러자 성적이 쑥쑥 올랐다. 공부한 만큼 등수가 오르자 재미도 났다. 고등학교를 올라가서도 공부에 대한 열정은 변함이 없었다. 조 군은 "고 1때부터 자율학습이 끝난 오후 9시 이후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집에서 2시간 정도 책상 앞에 앉았다."고 회상했다. 고 3때는 더욱 힘을 냈다. 자율학습 마치고 자정부터 오전 2시까지 공부를 했고 휴일인 일요일에도 학교 도서관을 찾았다. 고 3때는 거의 매일 학교에서 살다시피했다. 하루에 4시간 30분을 자면서 책을 놓지 않았다. 조 군은 특히 고 3때 예습에 철두철미했다. 수업 시간에 배울 내용을 미리 공부했다가 수업 시간에 자신이 공부한 것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했다.

조 군의 공부방법은 문제집 풀이로 요약된다. 양으로 승부한다고 할 정도로 국·영·수 과목당 2주일에 한 권 정도는 풀었다고 한다. 지금껏 푼 문제집만 300권이 훌쩍 넘는다. 조 군은 "수학의 경우, 수많은 문제를 접하다 보면 그 전에 틀린 문제를 다시 한번 풀게 되고 자연스레 방법을 익히게 된다."고 말했다. 수학공식 중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교과서를 많이 참고했다. 조 군은 "교과서만큼 이해하기 쉽게 해석이 잘 돼 있는 교재가 없다."고 했다.

영어의 경우, 고 3때부터 단어장을 만들어 외우기보다 틈틈이 시간날 때마다 읽어나갔다. 또 모르는 문법이 나오는 영어 문장은 따로 공책에 정리해 수시로 읽었다. 그렇게 만든 문장이 1천 개 정도 된다. 국어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던 덕분이라는 것. 조 군은 "고 2때까지 동·서양 고전을 중심으로 이틀에 한 권 정도는 책을 읽었다."고 말했다.

조 군은 사교육에 크게 의존하지 않았다. 아니 그럴 형편도 되지 못했다. 부모가 과일행상을 할 정도로 집안이 넉넉지 못했다. 국·영·수 중 단지 자신이 약하다고 생각한 부분에 대해 단과학원을 몇 차례 다닌 것이 전부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일요일 밤마다 다음 일주일치 공부 목표량을 수첩에 적어 그대로 실천했다. 조 군은 혹 친구들과 만나더라도 정한 시간이 되면 집으로 돌아올 정도로 꼼꼼한 편. 그렇게 계획대로 시간을 쪼개 사용한 것이 무척 효율적이었다는 것이다.

◆조기재 군의 공부 노하우

▷문제집은 무조건 많이 푼다. 틀린 부분도 수많은 문제를 풀다 보면 다시 만나게 되고 자연스레 푸는 요령을 익힌다.

▷매주 다음 일주일치 공부 목표량을 수첩에 적어 그 목표에 맞게 공부를 한다. 단 너무 무리하게 목표를 잡지 않는다.

▷문제집 위주로 공부하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교과서를 많이 참조한다.

▷공부와 관련, 경쟁할 수 있는 친구를 만든다. 수시로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있어 자신을 채찍질할 수 있다.

▷수업시간에 할 내용을 미리 공부한다. 수업시간에 자신이 공부한 것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면 좀 더 쉽게 내용을 익힐 수 있다.

♠ 서울대 수리통계 합격 김신규군

김신규(19·경원고 3년) 군은 어렸을 때부터 항상 '우등생'이란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초등학생 때부터 상위권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김 군의 최악의 성적은 중학교 1학년 때 전교 50등. 고3때는 모의수능에서 484점으로 대구 수석을 차지해 이미 학교에선 서울대 예약생으로 낙점됐고 지난해 11월 말 서울대 수리통계계열 수시모집에서 손쉽게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같은 반 친구들은 김 군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공부하는 방법이 남들과 눈에 띄게 다르지 않은데도 시험만 치면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이 이상해서다. 한창 공부와 씨름을 할 고3때도 하루에 6시간은 꼬박꼬박 잠을 잤다. 또 별다르게 학원에 다닌 것도 아니고 개인과외도 친구의 권유로 2주 정도 받은 것이 전부다. 그렇다 보니 친구들이 의문을 가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지사.

담임 선생의 설명이 그 답이 될지 모르겠다. 김 군은 공부를 할 때 '어떻게(how)'가 아니고 '왜'(why)'로부터 접근한다는 것. 평소 수학에 흥미를 가졌던 김 군은 수학 공식 하나도 무작정 외우기보다 왜 그렇게 나오는지 이해한 뒤 자신이 직접 유도해보고 외운다는 것이다. 김 군은 "고 1, 2학년 때는 공식 하나하나를 이해하려고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려 거의 수학 공부에만 매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교과서에 있는 내용조차도 왜 교과서에 실렸는지를 생각한다. 이렇게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 공부 방법을 터득하다 보니 굳이 학원을 가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 부모들도 이런 김 군에게 특별히 간섭을 하지 않았다. 김 군은 "부모님들도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게끔 일부러 학원을 가라고 성화를 내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오히려 김 군의 눈에는 학원가는 친구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인다는 것.

고3때는 상대적으로 약했던 국어와 영어에 집중했다. 1, 2학년 때 수학에 매달려 수학의 기초를 잘 닦은 덕분에 국어와 영어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다는 것. 국어는 EBS 수능 특강에 많이 의존했다. 고등학교 들어오면서 수능 특강은 거의 빠짐없이 챙겼다. 영어의 경우는 단어장을 별도로 만들어 계속 반복 학습한 것이 효과를 봤다.

그는 특히 문제집 위주로 개인 공부를 했다. 모의고사 문제집을 평소 두 달에 한 권 정도 봤고 수능이 가까워지고서는 1주일에 한 권 정도 집중적으로 풀었다.

김 군은 쉬는 시간마다 물어보러 오는 친구를 절대 마다하지 않았다. 그들과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 김 군은 "친구가 질문하는 부분을 고민하면서 새삼 모르는 내용을 익힐 때가 많았다."고 했다.

◆김신규 군의 공부 노하우

▷각종 공식을 '어떻게 풀까'보다 '왜 이럴까'로 접근한다. 외우기보다 이해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수업 시간에 연필을 이용해 책에 직접 기재한다. 이렇게 하면 시간 절약도 되고 나중에 이해하기도 쉽다.

▷다른 친구들이 본인에게 질문하는 것을 즐긴다. 자신이 새삼 못 챙겼던 부분을 알게 되고 결국 자기 것으로 소화할 수 있는 기회.

▷다음 학기에 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문제집으로 미리 푼다. 수업 시간에 자신이 약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국어는 EBS 수능 특강을 꼬박꼬박 시청한다. 직접 공부하기엔 광범위하기 때문에 수능 특강을 통해 다양한 지문을 접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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