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재수 열풍 때문에 재학생들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재수생들이 대거 명문대에 입학하게 될 것이다.' 최근 아무런 검증이 필요 없는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말이다. 과연 그럴까? 개인이나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무엇을 맹목적으로 부추기고 조장하는 행위는 나쁘다. 그것이 교육이나 건강과 관련되는 문제일 때 심각한 해악을 끼칠 수 있다. 필자는 재수열풍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람들을 의혹의 눈길로 바라보며 그 저의를 의심한다. 최근 몇 해 동안 사설학원 등에서 재수 붐을 일으키기 위해 사실과 다르게 재수 분위기를 조장하면 매체들이 아무 생각 없이 보도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중순 재수 종합반 개강을 앞두고 많은 신문들이 재수열풍을 이야기했다. 최종 결과는 그 전년도보다 20% 이상 재수생이 감소했다.
올해는 분명히 지난해보다는 재수생이 늘어날 소지가 많고 실제로 다소 늘어날 것이다. 등급제로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다. 내신 반영비율이 줄어들고, 수능 성적표에 다시 표준점수와 백분위 점수가 주어지기 때문에 재수를 해도 불리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재학생이 불안에 떨 필요는 없다. 재수생 수가 좀 늘어난다고 해서 상위권 학과 대부분을 재수생이 차지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재학생 강세는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재수를 생각하고 있는 학생도 여러 사항을 꼼꼼하게 짚어 보아야 한다. 자신이 원하던 대학은 아니지만 차선의 학과에라도 진학했다면 대학에 가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재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은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부모님이 권하여 재수를 해볼까 하는 학생, 늘 자신감이 없고 어떤 일을 도모할 때 항상 부정적인 자세로 임하는 학생, 무슨 일이든 의존적이고 자기주도적 학습 습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학생은 가급적 재수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신이 간절히 원하면서 어떤 난관도 강인한 정신력으로 극복하겠다는 내적 결의와 성취동기가 확고한 학생이 재수를 할 때 성공의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 주변에는 주어진 상황에서 희망적 요소를 찾아내어 자신감을 가지고 공부하기보다는 최악의 상태를 가정하며 다가올 미래를 미리 두려워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많다. 어떤 제도 아래에서도 실력 있는 학생이 피해를 보는 경우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수능시험까지 남은 9개월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재학생이든 재수생이든 시간은 활용하는 사람에 따라 그 길이가 달라진다. 100m 달리기를 하는 선수는 옆 선수를 의식할 겨를이 없다. 혼신의 힘을 다해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옆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기록이 나오지 않는다. 공부든 달리기든 자신과의 싸움이 문제될 따름이다.
윤일현(교육평론가·송원교육문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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