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문화가정, 한국엄마 못잖은 자녀 교육열

구미 해평에서 공부에 열중하는 베트남 출신 엄마 판티앙과 아들 도균이.
구미 해평에서 공부에 열중하는 베트남 출신 엄마 판티앙과 아들 도균이.

다문화가정 2세들이 홀로 방치되는 사례가 많지만 한국 어머니 못지 않게 자식 교육에 열성을 쏟는 결혼이주여성들도 적지 않다.

지난 4일 구미시 해평면 한 시골집.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모자지간에 수학 공부가 한창이다.

"12단 외워봐." "어느 것이 정답이야?" 아들이 오답을 찍자 엄마는 "이건 이렇게 풀어야지."하며 함께 수학 문제를 풀어 간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문제풀이에 집중하는 도균(9·초교2)이와 공부를 가르치는 엄마의 모습은 사뭇 진지하다.

"국어는 제가 엄마한테 가르쳐주고 수학이나 다른 과목은 엄마한테 배워요." 엄마 판티항(37) 씨는 11년 전 베트남에서 시집왔지만 아직도 한국말이 서툴렀다. 그는 "처음에 시집왔을 때는 한국말을 배울 곳이 TV밖에 없었다."며 "아직도 아이에게 한국말을 가르치기는 역부족이다."고 했다. 때문에 모자지간에 서로 선생님을 자청하기도 한다. "같은 선생님인데 엄마가 저보다 좀더 높은 선생님이에요." 도균이는 엄마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 높은 선생님이라며 미소를 짓는다.

시어머니 홍기연(69) 씨는 며느리의 열성 교육열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내심 기뻐하는 눈치다. "애 엄마가 어찌나 교육에 열성인지… 작년에는 친정 베트남에 갔다가 애들 학원 때문에 며칠 밤만 자고 바로 돌아올 정도예요." 손자하고 같이 노는 것도 좋지만 며느리하고 공부하는 모습이 더 보기 좋다고 했다.

필리핀에서 시집온 저리엔(25) 씨도 교육만큼은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하루에 한두 번은 꼭 유치원에 가서 어떤 공부를 시키는지 지켜보곤 해요." 비록 딸 아이가 세 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곳저곳 유치원을 둘러보고 좋은 유치원을 찾았다고 한다. 지난달에는 자동차 면허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도 등록했다. 그는 "빨리 운전을 배워 딸아이가 조금 더 크면 좋은 곳에 견학을 시켜줄 계획"이라고 했다.

시집온 지 3년이 지난 지금도 한 시민단체의 한글교실 중등반 수업에는 꼭 참석한다. "한국어를 잘해야 딸아이가 고학년이 돼도 공부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죠." 안방 한쪽에 있는 거울을 보며 발음 연습을 하루 한 시간씩 꼬박꼬박 할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 이름도 바꿀 계획이다. 이름이 긴 엄마 때문에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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