崇禮門(숭례문). 그 문을 통하여 다니면서 禮(예)를 숭상하는 마음을 가져야 함을 강조하던 문이요, 우리에게는 남대문이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조선시대 왕이 거처하던 도성의 정문이다. 남대문은 국보 1호로 우리나라 문화재의 대표적인 상징물 중의 하나였다.
때문에 남대문은 교과서에도 등장하고 외국에 소개되는 관광책자에도 나오며,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반드시 찾아가던 명소 중의 하나였다. 우리 문화재의 가장 상징적 기념물인 남대문이 설연휴가 끝나고 출근하는 날 아침에 화재로 소실되었다는 뉴스를 접하며 충격과 더불어 남대문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됐다.
조선왕조의 대표적인 건축물의 하나로서 한양의 주요 통로였던 남대문의 문화재적 상징성과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터. 그런데 불이 난 것을 탓하기 이전에 우리가 그동안 남대문에 대하여 했던 일을 되돌아보면 우리는 남대문에 너무 소홀했고 천대까지 하며 지속적으로 파괴해 왔음을 알게 된다.
남대문은 조선시대에 왕도인 한양에 도착하여 보게 되는 제일 높은 건축물인데다가 서울역 쪽에서 남대문으로 걸어오게 되면 남대문이 약간 높은 구릉 위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 웅장함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크게 압도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1960, 1970년대 남대문 주변을 개발하며 고층건물이 들어섬에 따라 남대문은 이제 주변의 경관을 다 잃어버리고 난쟁이처럼 왜소해져 버려 그 웅장하던 상징적이고 경관적인 의미를 크게 잃어버렸다. 그런데다 도로를 넓히느라 남대문을 섬처럼 가두어버리기도 하고, 또 그것도 모자라 남대문 밑으로 지하철이 지나가게 해 전동차에 의한 진동으로 남대문을 항상 흔들리게 만들었다.
이렇듯 우리는 남대문을 국보 1호로 지정해 놓고도 지속적으로 남대문과 그 주변 환경을 조금씩 파괴하였고 국보 1호의 자리도 빼앗으려 하다, 급기야 불까지 내서 소실시켰으니 남대문에 미안한 마음이 얼마나 더할까.
2005년 4월 5일 천년고찰 낙산사의 화재 이후 낙산사 범종 등 보물을 잃은 후에라도 목조건축물 등 문화재의 화재에 대한 보호대책이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남대문의 화재를 접하고 보니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던 모양이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남대문의 직접적인 관리책임은 서울시에 있으므로 국가지정문화재의 보호문제가 문화재청만의 힘으로 되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문화재청이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재관리 능력이 향상되지 않고는 이러한 재난이 계속 일어날지도 모른다. 문화재청은 이렇게 위험에 처한 문화재관리에 전념해야 하며 지방자치단체와의 실효성 있는 협력체제도 구축해야 한다.
때문에 문화재청은 언제든지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문화재의 보호와 관리에만 전념해야 한다. 시간과 인력, 그리고 예산도 부족하면서도 기능상 문화서비스기관으로서의 성격이 강한 국립박물관을 규제적 행정기관인 문화재청으로 이관하려 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계획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개발위주의 논리 속에 문화재를 훼손해 온 우리 모두에게 남대문은 결과적으로 스스로를 불사르며 철저한 문화재 관리를 당부한 듯하다. 남대문의 소실과 같은 문화재의 재난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문화재청과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조정과 협력체제 보완이 절실하다. 이와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재관리 능력향상을 위해 새 정부는 노력해야 한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문화재를 파괴하는 시행착오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대운하건설에 따르는 문화재의 조사와 보존 문제도 제대로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새 정부, 문화재청, 지방자치단체, 국민 할 것 없이 모두 그동안 스스로 주변의 문화재에 대해 저질렀던 실수를 생각해보고 앞으로 제대로 문화재가 보호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보 1호 남대문이 천덕꾸러기로서 그동안 받은 설움을 모두 안고 가면서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김권구 계명대학교 행소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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