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학자금 대출 신청이 몰린 대구시내 각 은행. 이날은 대학 신입생들에 대한 학자금대출 신청이 사실상 마감되는 날이었다.
창구를 찾은 학생들 및 학부모들은 입을 딱 벌렸다. 정부가 지원하는 학자금 대출 이자가 예상했던 수치보다 너무 높았던 것. 더욱이 금리가 지난달 하순 이후 열흘 이상 연속해서 하락한 상황이라 학자금 대출 희망자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18일부터는 재학생들에 대한 학자금 대출 신청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국제 금리 인하 여파 속에 국내 금리도 본격적이 내림세를 걷고 있는 마당에 학자금 대출 신청 안내서에 쓰인 '대출 금리'를 바라보는 학생·학부모들의 속이 편치 않다. 정부가 조성하는 학자금 대출 금리는 정책 금융 금리 가운데서도 최고 수준이다.
◆이자, 얼마나 되길래
올 1학기 학자금대출 이자는 연 7.65%다. 지난해 1학기(연 6.59%)와 비교하면 1.06%포인트, 지난해 2학기(연 6.66%)와 비교해서도 불과 6개월 사이 0.99%포인트나 올랐다.
학자금대출은 중앙정부의 교육비 경감대책에 따라 정부 보증으로 시행되는 사업이지만 민간은행의 시중 주택담보대출금리보다 더 높은 이자를 받는 구조가 돼버렸다.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의 3개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금리(연 6.07%~7.67%·11일 기준)는 학자금 대출금리보다 최대 1.58%포인트나 낮다.
특히 학자금대출은 고정금리여서 최근 잇따라 하락하고 있는 '시장 금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학자금대출금리는 지난달 2~4일 사이의 국고채 5년물 평균금리(5.88%)에다 가산금리(1.77%)를 더해 산정됐는데 11일 현재 5년짜리 국고채 금리는 5.19%로 학자금 대출 산정 당시보다 0.69%포인트나 떨어졌다. 금리 인하세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중앙정부가 시행하는 다른 시책사업자금 금리와 비교해서도 학자금대출 금리는 2, 3배나 높다. 행정자치부의 농촌주택자금 금리는 대출이자가 3.9%이고, 산업자원부의 산업기반자금은 4.4%다.
학자금대출에 높은 이자가 물리면서 '채무자들'인 대학생들이 잠재적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학자금대출업무 수행기관인 주택금융공사에 대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재경위 소속 안택수 한나라당 의원은 "높은 대출금리로 인해 연체율이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에 따르면 학자금 연체액은 2006년 11월 572억 원에서 지난해 4월 683억 원으로 늘어났으며 같은해 6월 819억 원, 7월 858억 원 등 1년6개월만에 50%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빌리지 않으면 안되는데…
해마다 대학 등록금은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 사립대학은 연간 등록금이 1천만 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면서 학자금을 빌리려는 수요는 크게 늘고 있다.
대구은행 한 관계자는 "11일까지 신입생들의 학자금 대출신청을 마감한 결과, 국립대라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진 경북대도 많은 학생들은 1인당 400만 원 가까이 학자금 대출을 받아갔고, 영남대·계명대 등은 600만 원 안팎까지 대출신청이 들어왔다."며 "월급쟁이 학부모들로서는 한꺼번에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돈이라 최근 학자금 대출 신청이 크게 늘고 있다"고 했다.
대구은행의 경우, 지난달 7~11일 대학 신입생들에 대한 학자금대출 신청을 받았는데 모두 5천여 명이 신청해 지난해보다 100여 명 가량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추세를 볼 때 대구경북지역 올해 학자금 대출 신청자는 지난해보다 적어도 3만 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대구경북지역에서는 7만 3천140명이 학자금대출을 받아 전년(5만3천300명)에 비해 2만 명이나 늘었다.
이런 가운데 취업포털업체인 커리어가 지난달 26일부터 사흘동안 대학생 990명을 대상으로 학자금 대출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대학생 중 학자금 대출을 받아 본적이 있는 학생이 74.8%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82.3%는 빚쟁이·신용불량자에 대한 두려움과 취업 후 상환해야 할 대출금에 부담감·강박증을 느끼는 이른바 '학자금 대출 콤플렉스'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정부는 변동금리형 상품 도입 등 학자금 대출 제도에 대한 보완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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