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이패스'인가 '불편패스' 인가…민원 봇물

설날이었던 지난 7일 구미를 출발해 고향인 밀양으로 향하던 이모(44) 씨는 고속국도 무인 전자요금 징수시스템인 '하이패스' 덕을 기대했다가 낭패만 봤다. 구미IC 톨게이트를 하이패스로 통과한 뒤 동대구IC에 도착했지만, 정작 이곳에는 하이패스 시스템이 설치돼 있지 않아 별도의 카드인식기에서 하이패스 전용 전자카드를 뽑아 정보를 입력하느라 차례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이 씨는 "이래서야 하이패스는커녕 '슬로패스'"라고 불평했다.

◆비싼데 비효율적?=하이패스(Hipass)가 지난해 말 전국 고속국도에 도입됐지만 이용자들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00년 첫 개통 후 고속국도 이용객 10명 중 1.1명꼴로 하이패스 가입자가 늘고 있는 추세지만 가격이 비싼데 반해 미적용 구간이 많아 '빛좋은 개살구'라는 것.

고속으로 톨게이트를 통과시키는 '하이패스'의 가장 큰 맹점은 아직 적용되지 않는 고속국도가 많다는 것. 신대구부산고속국도, 영종도~신공항고속국도, 천안~논산고속국도 등 민자고속국도에는 하이패스가 적용되지 않는다.

하이패스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단말기 5만 7천~11만 9천 원에 전자카드(1만 원 이상)를 구입해야 하고, 풀옵션으로 꾸미기 위해서는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가격 5만 7천 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이기용(44·북구 읍내동) 씨는 "단말기가 비싸고 적용되지 않는 곳도 많은데다 일부 휴게소에서는 팔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하이패스는 대구·경북의 각 톨게이트 영업소(41곳), 휴게소에서 판매하지만 휴게소 27곳 중 14곳에서만 판매하고 있고, 전자카드 충전이 가능한 곳도 22곳에 불과해 불편하다.

◆혜택은 적고, 오류는 많다=하이패스는 출근(06~09시)·퇴근(18~22시) 시간 통행료의 20%를 할인해주지만 20㎞ 미만 구간만 허용된다. 왜관~서대구, 화원~달성, 칠곡~서대구는 가능하지만 출퇴근 이동인구가 많은 구미~대구, 김천~구미, 경주~대구 등에는 혜택이 전혀 없다. 또 5% 할인도 올해 말까지 유예기간이다. 4, 5t 탑차는 구입 가능하지만 개방형 트럭의 경우 적재불량 등을 이유로 가입조차 할 수 없다.

장애인, 국가유공자 혜택도 전무하다. 일반 발권의 경우 이들은 50~100% 할인을 받지만 도공 측은 "장애인, 유공자가 차를 빌려주거나 분실했을 경우 식별할 방법이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RF방식(무선통신)과 IR방식(적외선)의 하이패스 단말기가 특수코팅된 일부 외제차나 국산차 단말기를 식별하지 못해 영업소에서 불편한 정산절차를 거쳤다는 불만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시스템 장애로 일부 고속국도 휴게소에서 카드 충전과 단말기 구입이 되지 않아 민원이 쏟아졌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수동 매표는 시간당 250여 대 차량 통과가 가능한데 비해 하이패스는 고속으로 2천700여 대까지 가능하다."며 "시행 초기여서 각종 문제점이 있지만 불편사항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 하이패스란?=달리는 차안에 설치된 단말기를 통해 무선 또는 적외선 통신을 이용하여 통행료를 지불하는 첨단 전자 요금 징수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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