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금강소나무가 숭례문 복원용으로 사용될까?
숭례문 화재로 울진지역에 자생하고 있는 금강송이 주목받고 있다. 문화재청이 11일 숭례문을 원형대로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혔지만, 복원용으로 사용할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국내산 소나무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고궁이나 서원·사찰 등 고건축물 복원에 사용하는 소나무는 몸통이 굵고 재질이 단단해 비틀림이 없고 잘 썩지 않아야 제격이다. 더구나 보존가치가 높은 문화재의 경우 역사성이나 정통성 확보 차원에서 외국산이 아닌 순수 토종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문화재청은 문화유산 복원용으로 공급 가능한 소나무로 울진군과 봉화군, 강릉시 일부 지역 등에 20만 그루의 금강송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숭례문 기둥 등에 쓰일 소나무는 지름 80cm~1m 이상의 특대형이어야 하는데 이를 확보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것.
실제로 문화재청이 지난해 경복궁 광화문 복원에 사용할 금강송을 구하기 위해 전국(울진 등 유전자 보호림으로 지정된 지역 제외)을 1년여 동안 샅샅이 뒤졌으나 겨우 26그루를 찾는데 그쳤고, 이 가운데서도 지름이 90㎝ 이상되는 것은 2그루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소나무 중에서도 명품인 울진 금강송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는 울진 금강송은 보통 소나무와 달리 줄기가 곧고 성장이 빠르며 재질이 우수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울진군 서면 소광리 일대 1천800여ha엔 500년생이 다섯 그루, 200~300년생이 8만여 그루나 빽빽이 들어서 있다.
안윤창 울진군 산림과장은 "울진 금강송은 예부터 왕실의 건축물을 짓는 데 사용돼 왔다. 조선 숙종 6년(1680년)에는 소광리 일대의 소나무 숲을 황장봉산(黃腸封山)으로 지정, 일반인들이 함부로 벌채하지 못하도록 보호하기도 했다."며 "2001년 경복궁 태원전 복원에도 울진 소나무가 무려 166그루나 사용되는 등 울진 금강송은 국내 소나무 중에서도 '진골'"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울진 금강송이 숭례문 복원에서도 기상을 뽐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1982년부터 천연보호림으로 관리해오던 소광리 일대 금강송 숲을 2001년 토종 자원 보호를 위해 유전자 보호림으로 지정, 관리를 강화해오고 있기 때문.
김선출 울진국유림관리소장은 "현행법상 소광리 일대 금강송은 벌채를 할 수 없는데다 지난 2005년엔 산림청과 문화재청이 '150년간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함부로 벌채할 수 없다.'고 협약을 체결,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숭례문 복원용으로는 사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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