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 경제자유구역의 선행조건

2020년까지 지식기반도시 육성…적극적인 외국자본 유치 급선무

로마시대에도 투자(investment)는 성행했다. 카이사르가 갈리아에서 전쟁을 치르는 동안 크라수스를 비롯한 로마귀족들은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카이사르에게 엄청난 전비를 제공했다. 전쟁을 치를 때마다 '이겼노라(vici)'는 소식과 전리품들이 돌아오니 귀 밝은 투자자(clientes)가 몰리는 것은 당연했다.

원래 투자는 '옷(vestis)'에서 기원한다. 좋은 옷을 입는다는 것은 투자라는 것이다. 염색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로마시대에 색깔 있는 옷을 입는 것은 당연히 투자행위였다. '옷이 날개'라는 속담에는 투자의 역사가 녹아 있는 셈이다.

전설적인 가수 카루소가 불러 유명해진 '의상을 입어라(vesti la giubba)'는 주인공 카니오가 사랑의 아픔을 딛고 다시 광대복을 입으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생업을 위해 옷을 입는 것은 자기인생에 대한 투자행위라는 뜻인 것 같다. 옷을 뜻하던 투자는 남의 주머니에 돈이나 다른 소유권을 넣어준다는 뜻으로 바뀌었고, 오늘날의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최근 대구·경북이 경제자유구역(FEZ)으로 지정되어 발전방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은 2020년까지 2단계에 걸쳐 대구광역시, 경산시, 영천시, 구미시 일원 등 10개 지구 34.742㎢가 지식기반산업 중심도시로 육성된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원래 경제자유구역은 역내자본으로는 경제발전의 한계가 있는 경우 외부자금을 유치하여 산업을 발전시키는 방안으로 시작되었다. 따라서 경제자유구역은 투자유치를 선결과제로 한다. 기근에 시달리던 아일랜드의 샨논(Shannon)지역은 1960년대 초 투자유치를 위해 자유무역지대를 만들었고 이것이 오늘날 경제자유구역의 효시가 됐다.

오늘날 해외직접투자는 전세계 GDP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투자의 동기도 다양화되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성행하는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한 투자, 동구에서 성행하는 시장확보를 위한 투자, 아일랜드에 집중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 등이 있다.

투자자들은 투자유치국가로부터 세금우대, 보조금, 낮은 대출금리, 낮은 규제 등에 대해 알아보고 투자를 결정한다. 성과가 부진하던 아일랜드가 1980년대에 법인세를 완전 면제하면서부터 해외거주 후손들이 폭발적인 모국투자를 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직접투자는 금융투자와는 달리 설비가 드는 만큼 단기적인 소득보다는 장기적인 수익을 중시하는 성향을 띤다. 따라서 기업의 소유권에 대한 규제나 제한은 투자자들을 몰아내는 행위가 된다. 기업하기 좋은 조건이 형성되지 않으면 투자는 쉬운 쪽으로 옮겨가게 마련이다.

대구·경북의 FEZ는 교육·의료·미디어·패션·메카트로닉스산업의 클러스터를 통해 내륙형 경제자유구역의 모형을 정립한다고 한다. 참신하다. 그러나 정부가 경제자유지역을 중심으로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으나 지난해 유치실적은 105억 달러에 그쳤고 3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대구·경북의 FEZ는 결코 낙관적이 아님을 시사하고 있어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우선, 투자자들에게 수익이 확실할 것인지에 대한 계산서를 뽑아주어야 한다. 어떤 투자자도 수익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으면 주저하게 마련이어서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지도 같이 제시되면 좋겠다.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투자환경에 대한 투명함과 신뢰를 얻어야 한다.

다음, 역지사지의 태도가 필요하다. 우리가 중국에 투자를 집중했을 때는 저임금이 주목적이었으나 최근 여건이 바뀌면서 포스트 브릭스(Post-BRICs)로 전환되고 있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면 무엇을 제공하는 것이 좋을 것인지 쉽게 보이는 법이다.

끝으로 지식기반경제에 대한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서비스나 지적소유권에 대한 가치를 지역민들이 폭넓게 받아들여야 한다.

카이사르가 선진로마를 위해 그리스출신의 교사, 의사들에게 시민권을 주면서까지 유치한 것이 로마를 오랫동안 번영토록 한 성장동력이었음을 기억하자. 투자유치를 위한 지역민의 지혜와 합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영우(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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