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팔만대장경판(판전)을 지닌 합천 해인사와 경북지역의 국보급 목조 문화재인 안동 봉정사 극락전,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조사당, 영천 은해사 거조암·영산전 등도 화재에 취약하기는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문화재들이 산간벽지에 위치한 사찰 건물이어서 화재 발생시 초동진화가 어려울 뿐 아니라, 형식적으로 설치한 소화기와 소화전에만 의존하고 있다. 특히 목조 건물의 경우 화재발생에서 전소까지 걸리는 시간이 20분 내외로, 소방서가 바로 옆에 있지 않으면 초기 진화를 위한 소방차 지원이 어려워 대형화재 발생시 취약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다른 사찰에 비해 비교적 소방안전시설을 잘 갖췄다는 해인사의 경우도 초동진화를 위한 소방시설로 소화전과 소화기·소방펌프카가 고작이었으며, 소방차의 현장출동 시간과 거리 등 방재를 위한 주변환경이 모두 취약했다. 따라서 초동진화에 실패할 경우 화마에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최고(最古) 목조건물인 안동 봉정사 극락전도 낡은 소화기와 전시용 소화전에만 의지한 채 제대로 된 소방시설은 없었다.
영주 부석사와 영천 은해사도 국보급 문화재인 무량수전과 거조암 영산전 등에 중·소형 소화기와 소화전만 있을 뿐 대형 소방차 진입은 어려워 초기 대응이 어려운 형편이며, 낙산사 화재처럼 산불로 인한 화재에도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 등 사찰 관계자들은 "숭례문 화재처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차원의 과학적이고 영구적인 종합 진화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산사의 특성상 완벽한 초동진화 시스템 마련과 목조문화재 보호를 위한 과감한 예산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는 숭례문(국보 제1호) 소실과 관련, 소방서·가스안전공사·전기안전공사 등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12, 13일 이틀 동안 26개 98명의 점검반을 편성해 도내 국가지정 및 도지정 건조물 문화재 241곳에 대한 일제점검을 실시키로 했다.
경북도는 아울러 목조문화재 화재예방을 위해 사찰 등과 같이 목조문화재가 밀집된 곳이나 산간오지에 있는 문화재에 대해서는 자체 점검 계획을 수립, 수시점검 및 순찰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재동 경북도 문화체육국장은 "응급진화 조치를 위한 관련기관 및 관계자 비상연락망을 정비하고 소유자·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소화기 사용법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권동순·마경대·이채수·이상헌·정광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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