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軍器

14세기 서해 군산 앞바다에서 벌어진 진포대첩이 재조명되기 시작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세계 최초의 함포해전'으로 꼽힐 만한 해전이었지만 임란 대첩들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고려 말 우왕 때 왜구가 378회에 걸쳐 우리 땅을 노략질했지만 당시 고려의 군력으로는 막을 방도가 없었다. 그러나 한국 最古(최고)의 고려총통을 탑재한 수군이 당시 2만 명이 넘는 왜구를 실은 왜선 500척을 괴멸시키면서 전세는 단숨에 역전됐다. 최무선의 화약 제조술과 전대미문의 水戰火攻策(수전화공책) 전술이 세계 최초의 함포전 신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최근 군 당국이 '꿈의 구축함'으로 불리는 이지스함 추가 확보에 나섰다. 올해 하반기 실전 배치될 세종대왕함을 포함해 2012년까지 3척의 이지스함을 배치할 계획인데 추가로 3척을 더해 모두 6척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국방부가 이지스함 필요성을 처음 제기한 것은 1985년. 99년부터 본격 추진돼 당초 올해까지 3척을 도입하고 2020년까지 해군 3개 기동전단에 각 2척씩 모두 6척을 배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척당 1조 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에다 '국방개혁 2020'수립에 따라 절반으로 축소됐다. 하지만 군 당국은 안보환경이 급변해 계획을 바꾸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고 한다. 현재 일본은 4척의 이지스함을 보유 중인데 4개 호위대군에 각 2척씩 모두 8척을 배치할 계획이다. 부산에서 멀지 않은 사세보와 독도와 가까운 마이즈루에 곤고, 묘코함을 배치해놓은 상태다. 우리에겐 큰 위협이다.

정약용은 '軍器論(군기론)'에서 18세기 조선의 허약한 군력과 안보의식을 비판했다. 중국과 일본이 홍이포라는 막강한 무기를 사용한 지 오래됐는데 조선은 여전히 다 떨어진 활에 목숨을 걸고 있으니 순진하고 소박하기가 이를 데 없다고 개탄했다.

더 이상 이지스 체계를 두고 미국제라느니, 호전주의자라고 손가락질할 계제가 아니다. 중'일 군사강국들에 둘러싸인 처지에서 유사시에 대비한 최소한의 견제와 방어능력 확보가 시급하다. 독도사태 등 일이 터질 때마다 국회의원들이 큰소리치는 꼴을 국민들은 더 이상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참여정부 5년간 낭비한 예산 10조 원만 있어도 가능한 일이다. 숭례문처럼 소중한 것을 잃은 뒤에 후회하지 않도록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대비해야 할 때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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