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임기 말 마무리까지 망칠 참인가

청와대는 어제서야 김만복 국정원장 사표를 수리했다. 지난달 15일 사표를 제출한 지 근 한 달 만이다. 그동안 김 원장이 자리에 있었다고는 하나 식물상태와 다름없었다. 현 내각 또한 마찬가지다. 비어 있는 장관직이 4개나 된다.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지난 5일 로스쿨 선정과 관련해 자리에서 물러났고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과 이상수 노동부장관, 이용선 건교부 장관이 총선출마를 앞세워 내각을 떠났다. 임기 말이라고 국정을 팽개친 것이냐는 비난이 쏟아져도 할 말이 없을 노무현 정부다.

장관 사퇴가 이어지고 새 정부 개편안은 표류하면서 공직기강마저 흔들리고 있다. 국보 1호 남대문이 불타는 시간에 문화재청장은 외국에 있었다. 정권교체기에 부부동반으로 외유성 출장에 나선 것은 누가 봐도 적절한 처신이라고 할 수 없다. 현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은 임기가 끝나는 마당에 할 일도 없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직무유기다. '우리는 곧 떠나니 새 정부가 알아서 하라'는 정신상태라면 정말 곤란하다.

이렇게 물러갈 정부가 맥을 놓고 있으면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다. 게다가 대통합민주신당과 대통령직인수위의 정부 조직개편안 협상은 어제도 결렬됐다. 오래전부터 통폐합 대상 부처들은 업무보다는 생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다른 부처들도 국'실 개편과 감축 대상자 선정 문제로 일손을 놓고 있다. 장관이 사직한 부처는 공중에 떠 있는 거나 다를 바 없다. 국제 금융위기 무역수지 적자 등 산적한 현안들이 있는데 이들에 대한 차분한 조처들이 준비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는 24일 자정까지다. 국민의 위임으로 마지막까지 빈틈없이 국정을 챙길 의무가 있다. 마무리까지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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