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담당자시죠? 저는 이명자라고 하는데요. 제발 도와주세요. 우리 엄마가 죽어가요."
지난달 말 이웃사랑 제작팀은 다짜고짜 도와 달라는 말부터 꺼내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귀에 익지 않은 억양이었다. 강원도 사투리도 아니고, 경상도 사투리는 더더욱 아니었다. 하지만 다급한 심정만큼은 충분히 전해졌다.
이웃사랑 제작팀이 이명자(39·여) 씨를 만난 건 전화가 온 지 보름 가까이 지나서였다. 이 씨는 이 날도 어머니 이정렬(66) 씨의 병원비를 구하기 위해 경북 김천까지 갔다 오는 길이라고 했다.
"한국에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재중동포 출신인 이 씨는 한국 땅에 피붙이라곤 4년 전 한국에 온 부모님과 남편, 그리고 세 살배기 아들이 전부라고 했다. 이 씨 역시 12년 전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와 4년 전 결혼을 하고서야 한국 국적을 얻게 됐다. 이 씨는 대구 성서공단의 작은 공장에서 일하는 남편의 월급으로는 잘못 선 보증 빚을 갚는 데도 벅차 언젠가 본 적이 있는 '이웃사랑'에 연락하게 됐다고 했다.
"부모님을 중국으로 다시 보내드렸어야 했는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어요. 망나니 같은 오빠 때문이었죠."
중국 지린성에서 밭을 갈아 밥벌이를 했다는 부모는 이 씨와 다섯 살 터울의 오빠 문제로 골치를 앓았다고 했다. 연일 사고를 치는 오빠 탓에 집안의 돈은 죄다 합의금과 피해자 치료비로 날려버렸다. 이 씨는 "한국에서 산업연수생으로 일하며 모아 집으로 보냈던 돈도 오빠가 탐냈다고 해요. 떠돌이 신세를 자처하는 오빠에게 연로한 부모님을 도저히 맡길 수 없었어요."라며 쏟구치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8년 전에도 엄마가 쓰러진 적이 있었어요. 가망이 없다고들 했는데 보란 듯이 일어났어요. 기적이랬어요. 그때도 뇌출혈이었는데…."
이 씨의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진 것은 지난달 19일. 수술 후에도 어머니는 열흘간 의식이 없다 눈을 떠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씨가 이웃사랑 제작팀에 전화를 건 것도 그즈음.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또 한번의 기적이 일어나는구나 싶었지만 엄청난 병원비에 고개를 떨궈야 했다. 4년 전 결혼 앞둔 딸을 보러 왔다 지금까지 딸의 집에서 사위와 함께 살아온 부모는 불법체류자 신세. 때문에 건강보험 적용대상자도 될 수 없었다. 병원비는 갈수록 늘어 1천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예전엔 보증금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도 없네요. 남편도 회사에서 가불이라도 해보려 했지만 잘 안됐어요.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입니다."
보증금 300만 원, 월세 30만 원짜리 셋방에서 살고 있는 이 씨는 지난해 가을 아버지의 다리 수술 비용으로 보증금 300만 원을 써버렸다. 이 씨의 눈물은 그칠 줄 몰랐다.
"입원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엄마가 제 목소리를 듣고 눈을 떠요. 팔도 움직이면서 말이죠. 기적이 또 일어날 것 같은데 병원비가 없네요." 순간 찬바람이 휑하고 지나자 이 씨의 창백한 얼굴이 드러났다. 이 씨의 눈물이 바람을 가르며 뚝 떨어졌다.
저희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 대구은행 (주)매일신문사입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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