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집은 많지만 서민들은 '전세난'…원인은?

'빈집은 많은데 정작 내가 살집은 없네요.'

아파트 분양이 쏟아지면서 주인을 찾지 못한 빈집은 늘고 있지만 정작 서민들은 전세난을 겪고 있다.

분양 단지중 고가의 중대형 규모 아파트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다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으로 매수세가 대거 전세로 옮아간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중소형 아파트 전세난은 수급 불균형에다 1가구 2주택자 중과세 정책으로 인한 전·월세 물량 감소, 매수세 실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빚어지고 있다."며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입주 물량은 증가해도 국지적 전세난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집은 많지만

올 5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최모(30) 씨. 지난달 100㎡ 규모의 신혼 전셋집을 알아보기 위해 신규 입주 단지가 많은 북구 침산동 지역 부동산 업소를 찾아 간 뒤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가격은 둘째치고 매물이 없을 뿐 아니라 언제 나올지도 모른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밝힌 최 씨는 "직장이 있는 중구와 가까운 수성구 범어동과 수성동 일대 부동산 업소를 찾아갔지만 같은 대답을 들었다."고 했다. "미분양이 많다는 이야기에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는 그는 "4월 입주 예정인 신규 단지 주변 중개업소에 연락처를 남기고 왔지만 구해질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지난 겨울철 이후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된 전세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전세난 진원지 중 한 곳인 수성구 만촌동과 범어동, 황금동 지역은 올 들어 100㎡ 규모 중소형 아파트 전세가 동나면서 가격도 급등하고 있는 추세.

범어동 중개업소인 부동산 하우스 이성희 소장은 "지난해 여름 1억 5천만 원 이하까지 떨어졌던 100㎡ 형 전세 가격이 1억 8천~9천만 원까지 올랐지만 매물이 없는 상태"라며 "2년 전 입주한 황금동 롯데캐슬 단지 80㎡ 규모 아파트는 찾는 이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몇 달째 임대 매물이 없다."고 했다.

지난해 대구에서 신규 입주가 가장 많았던 달서구 월배 지역 인근 대곡동 지역도 전세 물건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대곡동 달구벌 공인중개 김지영 소장은 "월배 입주가 쏟아질 때는 가격이 약세를 보였지만 현재 80㎡ 형은 매물이 없고 100㎡ 형은 올들어 가격이 1천만 원 정도 올랐다."며 "중대형은 매물이 많지만 찾는 이들이 거의 없어 거래가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세난이 심각한 지역은 북구 침산동과 동구 동호동, 수성구 지산·범물지구 등이다. 대구 지역 대단지 중 중소형 규모 아파트들이 있는 달서구 성서 지역과 북구 칠곡 1, 2지구 등은 어느 정도 매물이 있다.

◆전세난 원인은

입주 물량은 늘고 있지만 전세난이 발생하는 첫 번째 원인은 수급 불균형.

수요는 중소형 규모 아파트로 집중되지만 2004년 이후 중대형 아파트 공급이 크게 증가한 원인이 크다. 현재 대구 지역 내 아파트 38만 5천 가구 중 132㎡(40평) 이하 중소형이 차지하는 비율은 91%.

그러나 입주 아파트 중 132㎡ 규모 이상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4년 22%에서 지난 2006년과 2007년에는 33% 수준으로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특히 주거 선호도가 비교적 높은 수성구의 경우 올해 입주 분인 2006년 분양 단지 5천620가구 중 110㎡(30평형) 이하 규모 가구 수는 20%도 되지 않는 1천 가구에 그치고 있으며 달서구도 4천942가구 중 110㎡ 이하 가구는 절반이 되지 않는 2천271가구 수준이다.

또 80㎡(20평형)의 경우는 지난해 입주 물량이 불과 725가구로 2천300가구와 2천200가구였던 2005년과 2006년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과 갈수록 두드러지는 '매수 기피 현상'도 전세난에 한몫을 하고 있다.

분양대행사 리코 최동욱 대표는 "전·월세 물량이 있기 위해서는 다주택자가 있어야 가능하지만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해 세금 중과정책을 시행하면서 전세 시장에 나오는 신규 물량이 줄고 있다."며 "공공 임대 주택은 주거 선호도가 낮은 외곽 지역에만 공급이 되고 있어 전세난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가격이 지난해 이후 내리 하락세를 보이면서 실수요자들이 내집마련 시기를 늦추고 전세로만 몰리는 것도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 지난해 대구 지역에서 매매 거래된 아파트는 1만 8천557 가구로 지난 2006년에 비해 무려 3천700 가구가 줄어들었다.

부동산 114 이진우 지사장은 "매수 기피 현상에다 중소형 공급 부족 등으로 일부 지역에서 전세난이 심해지고 있다."며 "올 봄 신규 단지 입주가 본격화되면 전세난이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매수세가 살아나지 않고 중소형 공급 규모가 확대되지 않으면 국지적 전세난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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