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상 첫 국민참여재판 어떻게 진행되었나?

▲ 12일 오후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배심원제)에서 배심원 대표가 배심원들이 합의한 평결문을 전달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12일 오후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배심원제)에서 배심원 대표가 배심원들이 합의한 평결문을 전달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12일 오후 사상 첫 '국민참여재판'이 열린 대구지방법원 11호 법정.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피고인 이모(27) 씨는 수의차림으로 12명의 배심원들 앞에 섰다. 이 씨는 지난해 12월 월세방을 얻으러 온 것처럼 속여 금품을 빼앗으려다 반항하는 집주인 A씨(70·여)를 폭행한 뒤, A씨가 피를 흘리자 병원으로 데려갔다가 따라온 주민의 신고로 붙잡혔다.

◆치열한 공방=이날 재판의 포인트는 피고인의 범행 당시 심리상태 여부, 강도를 중단했는지 여부, 피고인 자수 여부 등. 검사와 변호인은 배심원들 앞에서 피고인의 유·무죄를 다투기 위한 공방을 치열하게 벌였다.

검사는 배심원들에게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현장사진과 범행재연 사진 등을 대형 화면으로 공개하면서 범행에 사용된 흉기 등 압수한 증거물도 보여줬다. 피고인이 사전 계획을 세운 뒤 흉기로 위협, 돈을 뺏으려 했다는 명백한 사실이 있다며 자수를 주장하는 변호인의 의견을 반박했다. 최창민 검사는 "피고인의 딱한 사정은 알지만 배심원 여러분은 선처를 베풀기 위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아니다. 죄를 지은 사람에게는 벌을 줘야 한다. 배심원은 국민으로부터 판결을 위임받은 것이므로 신중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피고인이 사채업자들로부터 협박을 받아 온 점과 딱한 가정환경 등을 강조했다. 피고인이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으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우발적인 폭행을 저질렀고, 목격자에게 대신 신고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자수한 점을 배심원들에게 부각시켰다. 전정호 변호사는 "피고인의 죄는 중형에 처해야 하나 피고인이 그 동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이 맞는지, 피해자에게 보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맞는지 현명한 평결을 내려 달라."고 호소했다. 마치 할리우드 법정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평의결과는?=재판장과 검사, 변호인은 법률 전문가가 아닌 배심원들에게 어려운 재판 진행과정이나 법률 용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느라 애를 썼다. 윤종구 부장판사는 재판 진행 중 수시로 "이해가 잘 안 된 대목이 있으면 다시 얘기하겠다."며 배심원을 배려했다.

오후 5시 45분 예비배심원 3명을 제외한 9명의 배심원들은 평의실로 이동, 1시간 30여분 간에 걸쳐 평의 절차를 벌였다. 평의 결과는 곧바로 재판장에게 전해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강도상해죄는 인정하지만, 변호인의 주장대로 피고인이 자수를 한 사실을 인정해 만장일치로 집행유예 의견을 냈다."는 배심원의 의견을 방청석에 전했다. 오후 7시 30분 재판부는 배심원단 의견을 받아들여, 피고인 이 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보호관찰 4년, 사회봉사명령 80시간을 선고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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