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대구지법에서 사법 사상 처음으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은 판결에 어떤 영향을 줬을까?
이날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강도상해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27) 씨의 변호인 의견을 받아들여 만장일치로 집행유예형을 내리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시했다.
◆배심원의 위력?=배심원들은 피고인 이 씨가 범행 후 피해자를 업고 병원까지 가는 과정에서 자수 의사를 밝혔고 병원에서 또다시 제3자에게 자수 의사를 밝혔기에 자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의 기소내용과 크게 달라진 결과다.
배심원들의 의견은 양형과정에서도 논란 끝에 검찰이 구형한 양형(징역 5년)의 절반인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형으로 모아졌다. 결국 집행유예 부분은 만장일치, 양형은 다수 의견으로 정해졌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배심원들의 의견이 헌법과 법률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배심원과 같은 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률지식이 그리 많지 않고 사건 내용도 모른 채 참여한 배심원의 평결내용을 사실상 그대로 받아들였다.
피고인 이 씨의 변호인인 전정호 씨는 "이번 판결은 배심원단의 의견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이 씨에게는 기존 재판에 비해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신청 잇따를 듯=첫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의 의견이 높게 반영됨에 따라 앞으로 국민참여재판 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하고 있다.
김병익 변호사는 "국민적인 감정에 호소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사건의 경우에는 법률 전문가의 엄격한 잣대 적용보다는 일반 시민 배심원들의 선처를 기대하는 심리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제점도 없지 않다. 배심원들이 법률적인 잣대가 아닌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판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조영곤 대구지검 2차장검사는 "피고인들이 배심원 앞에 설 때면 범행을 저질렀을 때와는 상당한 시일이 지난 뒤여서 범행 당시와는 다른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며 "이 경우 자칫 범죄행위보다는 이후 사정들이 처벌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향후 국민들의 배심원 참여 열기도 문제다. 첫 국민참여재판은 높은 관심 덕분에 비교적 성공적으로 진행됐지만 계속 배심원들의 호응을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법원은 추첨된 시민 230명에게 통지서를 보냈고 예상보다 훨씬 많은 87명이 배심원 후보자로 참석했다. 그러나 배심원으로 선택되지 못해 발길을 되돌린 A씨(45·여)는 "불참통보를 법원에 했는데도 연락이 없어, 과태료 200만 원을 물까봐 억지로 왔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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