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획' 없는 대구문화예술회관 기획연주회

대구의 기초 음악 저변을 확대하고 신예 음악인을 양성하기 위해 마련된 대구 문화예술회관의 '기획 연주회'가 관리부실로 제 기능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 문화예술회관이 지난해 대구시 예산으로 편성한 18회의 기획연주회 중 실제 계획대로 추진된 연주는 10차례로, 8회의 연주회가 취소되거나 다른 음악회로 대체됐다.

특히 연주회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취지로 마련된 '베토벤 심포니 마라톤 연주'는 연주 실력을 갖춘 교향악단을 초빙할 수 없다는 이유로 4차례 연주회 모두 취소되거나 다른 음악회로 대체됐다.

연주회의 기획의도 역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유망 신인 발굴 연주회는 60, 70대가 주축이 된 클로드 볼링 재즈 빅 밴드 연주회로 바뀌었고 당초 계획에 없던 터키의 국립안탈리아교향악단의 연주회가 급하게 추진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는 것. '러시아 빅3 콘서트' 역시 서울시립오페라 전임 단장인 테너 김신환(74) 초청 독창회로 바뀌었다.

문화예술회관이 추진하는 기획 공연의 행정력도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1월 15일 대구시민회관에서 정명훈 씨 지휘 하에 진행된 '신년음악회'에서 연주회의 주축인 프랑스의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연주자가 빠진 채 공연이 진행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같은 연주를 앞서 공연했던 서울시는 수석 연주자를 참석시키면서도 대구시와 동일한 입장료를 받았다. 이에 대해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신년음악회 계약 당시 정명훈 씨가 수석 연주자와 함께 한국에 입국, 공연하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문화예술회관이 대구시에 제출한 계획안과 달리 기획연주회가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데도 이를 견제할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로 지적됐다.

대구시는 기획연주회 계획이 '우수 예술인 초청', '유망 신인 발굴 연주회' 등 주제만 정해진 채 예산이 책정되기 때문에 내용을 모를 뿐더러 추진된 후에도 연주회 내용을 감사할 전문가가 없어 이를 확인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대구시의회 교육사회위원회의 한 담당자 역시 "행정사무감사에는 예산을 집중적으로 감사할 뿐 음악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 연주회 내용까지 확인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지난해 대구문화예술회관 '기획 연주회' 예산으로 2억 5천만 원을 책정했으며 2008년 역시 같은 금액의 예산을 편성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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