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원을 빙자하며 농촌지역 노인들을 대상으로 독극물이 든 음료수를 마시게 한 뒤 금품을 훔쳐 달아나는 마취 강도사건이 잇따라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안동과 상주에서 일어난 이 같은 범죄는 영주·경주·청송·영천 등 전국 13곳에서 수년째 발생하고 있는데다 대부분 농촌지역 노인들을 대상으로 목돈을 노린 경우가 많아 동일범의 소행이거나 모방 범죄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경찰은 분석하고 있다.
범인들은 국회의원 등 정치인의 운동원을 사칭하며 '선물을 전달한다.'는 명목으로 노인들에게 접근해 독극물이 든 음료수를 권하고 실신한 틈을 타서 금품을 털어 달아나는 수법을 쓰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안동에서 발생한 사건도 "정치인 ○○○씨 사무장인데, 선물을 가지고 방문하겠으니 다른 사람이 있으면 돌려보내고 두 분만 계시라."고 한 뒤 40대쯤으로 보이는 남자 2명이 칠순 노부부 집으로 찾아오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정치인 이름이 인쇄된 봉투와 비누·치약이 든 선물 세트를 건네며 음료수 2병을 노부부에게 권했다. 음료수를 마신 할머니는 쓰러졌고, 다행히 이를 마시지 않은 할아버지가 119와 경찰 그리고 이웃에 연락해 큰 화는 피했으나, 범인들은 선물과 음료수 병을 수거해 유유히 사라졌다.
혼수 상태에 빠진 할머니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며, 경찰은 할머니의 위를 세척한 내용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성분 분석을 의뢰해 놓은 상태다. 이날 이 집에는 소판 돈 390여만 원이 보관돼 있었다는 할아버지의 진술로 미뤄 범인들이 이를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8일 상주 낙동면 K씨(77) 부부 집에서도 국회의원 선거운동원을 빙자한 범인들이 찾아와 독극물 음료수를 제공하고 두 노인이 실신하자 금목걸이 등 귀중품을 훔쳐 달아났다. 이들 부부의 집에도 소를 판 돈 500만 원이 장롱 속에 있었다.
노부부는 병원에서 이틀간 치료를 받고 퇴원했지만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웃 주민들은 "시골 노인네들이 정치인의 선물을 전달하겠다는 말에 아무런 의심없이 받아들였다가 큰 낭패를 당할 뻔했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은 지난 2004년 안동사건 때 음료수 병에서 '로이제 팜'이란 동물마취제 성분이 검출된 것을 떠올려 이번에도 수면제 성분을 탄 것으로 보고 우시장 등을 중심으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선거를 앞두고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유사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며 "선거법에도 저촉이 되므로 선거를 빙자해 건네는 금품을 받거나 음료수를 마시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안동·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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