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첫 직원 모집에 나섰던 와이퍼시스템전문업체 (주)캐프 상주공장 관계자들은 쏟아지는 원서 앞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120명 모집에 무려 1천500명이 넘게 지원한 것. 특히 지원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대구·구미 등지로 일자리를 찾아 상주를 떠났던 사람들이었다. 캐프 고병헌 회장은 "지금까지 채용한 직원 320여 명 가운데에서도 30% 이상이 상주 출신"이라며 "귀향하겠다는 인재들이 예상외로 많아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일꾼들이 고향으로 돌아오고 있다. 자치단체들마다 기업 유치에 힘을 쏟은 결과 공장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귀향 인력들의 '신규 유입'은 침체돼 있던 지역경제 발전뿐 아니라 전국 지자체들의 공통 현안인 인구 늘리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주)캐프 상주공장의 경우 앞으로 450여 명까지 일손을 늘릴 계획이다. 또 6천500만 달러가 투입될 터키의 세계적 자동차부품사인 오한 인터내셔널과의 합작회사가 올 하반기 상주 청리지방산업단지에 들어서면 200여 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 청리산업단지 인근 4만㎡에 추진하고 있는 협업화단지에 20여 개의 소규모 협력업체가 모두 입주하게 되면 이곳에서도 1천여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예상된다.
김천 어모면 동좌리 일대 6만㎡에 본사와 공장 이전을 서두르고 있는 철도차량 개조전문회사 (주)로윈도 지난달 1차로 50명의 직원을 뽑았다. 1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직원들은 대부분 김천 출신. 로윈 측은 "회사의 성장 가능성과 안정성을 보고 대구·부산 등지에서 되돌아온 인재들"이라며 "2010년까지 모두 640억 원을 들여 생산라인이 완전 가동에 들어가면 500명 수준으로 직원 규모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김천 2차산업단지 13만㎡에 착공한 현대모비스 김천공장은 올 8월까지 1단계로 2만㎡ 규모의 공장을 완공할 계획. 오는 2013년까지 협력업체 25곳과 함께 2천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최진태 김천시 투자유치과장은 "고향의 우량 기업체에서 근무를 희망하는 출향인들의 지원과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시가 운영하는 인력은행에도 지역 연고 구직자가 700여 명이 등록해 취업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영주 가흥농공단지에 본사를 두고 있는 반도체용 특수가스 생산업체 (주)소디프신소재 역시 지난해 1천억 원 규모의 2차 신규투자(4만㎡)를 추진하면서 영주 출신 직원 100여 명을 고용, 지역 경제 회생과 실업난 해소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영주에서는 또 출향기업인 박찬성 씨가 운영하는 이앤씨건설(주)이 대규모 리조트와 골프장 사업을 추진하면서 건설현장 인력 300여 명과 사무직 30여 명을 고용한 데 이어 올 하반기부터는 리조트(300명), 골프장(200명) 근무인력을 상시 고용할 계획이다.
성기룡 경북도 투자통상본부장은 "기업 유치에 따른 인구 증가와 경제 활력은 지방자치단체들의 가장 확실한 미래 비전"이라며 "출향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지역 투자유치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강병서·엄재진·마경대·이상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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