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함창 하갈리 도로변에 ㅎ가든이라는 작은 식당이 있다. 북쪽으로는 제방이 있어 식당은 도로와 강 사이에 끼여 있는 형국이다. 문경에서 흘러온 영강은 이곳에서 이안천을 만나 2km쯤 더 내려가다 낙동강과 합류한다. 2006년 8월 18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이 식당 마당에 텐트를 치고 마을주민, 선진국민연대 회원, 기자 등과 함께 오전 3시까지 경부대운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경부대운하 상주터미널 예정지인 함창 하갈리, 금곡리 일대는 물론 운하 건설이 가시화되면서 상주시 전체가 분주해지고 있다. 토지 매입을 위한 외지인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땅값이 오르고 시민들도 개발에 대한 기대심리로 들떠 있다. 사통팔달의 고속국도 개통과 청리지방산업단지 활성화 등 각종 지역 숙원사업이 청신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경부대운하가 건설될 경우 지역개발 속도가 훨씬 더 빨라지지 않겠느냐는 것.
상주지역에는 총 연장 540km인 경부대운하 구간 중 41km가 지난다. 하갈·금곡리 일대에 들어설 화물여객복합터미널 외에도 중동면 회상리와 낙동면 물량리 등 두 곳에 여객터미널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에 따라 상주시도 일찌감치 낙동강 프로젝트 및 운하 담당기구를 설치하고 사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워터파크 조성, 자전거·인라인코스·산책길 조성, 크루즈 선박·요트 계류장 건설, 옛 나루터를 활용한 관광유람선 운항, 경부대운하 기념관·국립생물자원관 유치, 경비행기 체험장 건설, 경마 레포츠단지 조성 등이 상주시가 계획 중인 사업들이다.
경부대운하를 반기기는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낙동면과 마주하고 있는 의성 단밀면 낙정리, 생송리 주민들도 마찬가지. 상주에 대형 터미널이 생기면 이곳에도 반대급부로 무언가 들어서지 않겠느냐는 반응들이다. 실제로 이 일대에는 지난해 연말만 해도 2개뿐이던 부동산 사무실이 올해 들어 벌써 11개가 더 생겨 달아오른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주민 안광웅(63·의성 단밀면 낙정2리) 씨는 "땅값도 연일 뛰고 있지만 날만 새면 부동산 사무실 직원이 찾아와 매매를 권유하고 있어 주민들의 기대가 크다. 이제 행복이 눈앞에 온 것 같다."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인근 생송리 일부 주민들은 아예 낙동강을 '구세주'로까지 받아들이고 있었다. 매년 여름 홍수 때마다 농작물이 침수돼 농사를 망치곤 했지만 이제는 낙동강이 마을을 살리는 효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생송2리 임탁 이장은 "작년 초만 해도 3.3㎡당 4만 원대이던 땅값이 대선 이후 8만 원을 훌쩍 넘었고 이마저도 팔려는 사람이 없다."며 "낙동강에 제방이 생기기 전인 5년 전만 해도 농사에 부적합한 땅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이제는 약속의 땅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번성했던 낙정 나루터의 옛 영화가 다시 찾아올 것이란 장밋빛 희망이 마을에 가득했다.
지난해 12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운하전담팀을 만들었던 문경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국내 대표적인 석탄도시에서 지난 95년 폐광 이후 급속도로 쇠락한 문경 경제를 구해줄 '한줄기 빛'으로까지 시민들은 표현하고 있다. 홍만조(49) 문경시 공보계장은 "폐광 이후 문경은 새재와 드라마세트장, 철로 자전거 등 각종 관광인프라를 개발해 시 주력산업으로 육성해 왔는데 조령 수로터널과 동양 최대의 선박리프트가 새로 들어서면 문경이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또 서점을 운영하는 권혁진(50) 씨는 "관광객 증가에다 물류교통의 중심이 되면 10년 이상 경제적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데 문경시민들의 얼굴이 밝아질 것"이라고 했고 레미콘회사 대표인 신상조(52) 씨는 "건설경기가 없어 업체 대부분이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고 있는 지역에 대형 공사가 추진되면 당연히 젊은 사람이 늘고 경기도 좋아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토지를 매입하겠다는 외지인들이 몰려오는 것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다소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자칫 투기꾼들의 한탕주의에 희생당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 또 운하 건설 그 자체가 환경 파괴이고 향후 수질 오염 등 각종 후유증을 가져 올 것이라는 환경단체들의 주장도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삶의 터전인 땅을 당장 몇 푼 더 준다는데 넘어가 팔아 버리면 생업 현장은 어쩐답니까.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심리가 투기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상주 함창에서 만난 어느 촌로의 소박한 바람이 간절하게만 들렸다.
이희대·엄재진·박진홍·이상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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