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포츠 인사이드] 대구FC "이근호 어떻게 할꼬?"

자신의 앞날을 위해 새로운 선택을 하다 팬들의 비난을 사는 선수들이 가끔 있다. 이제는 황혼기에 접어든 축구 스타 루이스 피구는 전성기 시절, 스페인의 명문 FC바르셀로나에서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로 옮겨 가는 바람에 한동안 바르셀로나 팬들로부터 온갖 비난을 들어야 했다.

잉글랜드 포츠머스의 저메인 데포도 좀 약삭빠른 처신으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작은 체구이지만 빠른 스피드와 탁월한 골 감각을 지닌 데포는 2004년 시즌까지 몸 담았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가 2부리그로 강등되자 팀을 옮기지 않겠다고 공언하다 토튼햄으로 이적, 웨스트햄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지난달까지 토튼햄에서 이영표와 한솥밥을 먹던 데포는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와 로비 킨에 밀리다가 출전할 경우 다른 선수들에 패스를 잘 해주지 않는 이기적인 플레이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중앙 수비수였던 솔 캠벨(포츠머스)은 토튼햄에서 절정의 기량을 뽐내다 하필이면 토튼햄의 철전지 라이벌인 아스날로 이적, 토튼햄 팬들의 맹비난에 시달렸다. 토튼햄 홈 구장인 화이트 하트레인 구장에서 라이벌 전을 가질 경우 토튼햄 팬들의 비난과 야유가 두려워 경기에 나서길 꺼릴 정도였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잉글랜드의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었던 앨런 시어러는 블랙번 로버스 시절 좋은 활약을 디딤돌 삼아 어릴적부터 팬이었던 뉴캐슬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뒤 은퇴할 때까지 팀을 떠나지 않았다. 골 폭죽을 터뜨리는 그에게 명문팀들의 달콤한 이적 제의가 끊이지 않았으나 그는 결코 팀을 떠나지 않았고 뉴캐슬 팬들에게 그는 영원히 '우리 선수'로 남았다.

대구FC의 이근호가 자신의 앞날을 위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인천 부평고 출신인 그는 고향팀 인천 유나이티드의 2군에 머물러 있다가 지난해 대구로 이적,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국가대표로도 성장한 그의 몸값이 훌쩍 뛰고 있지만 재정이 넉넉치 않은 대구와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하는 다른 구단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 대구에 남을 뜻을 밝혔던 이근호는 요즈음 다른 팀으로 보내 달라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성장하게 해 준 대구와 변병주 감독, 대구 팬들의 성원을 생각하면 1년 만 뛰다 옮겨가기가 미안하겠지만 프로 선수로서 더 많은 연봉의 유혹을 뿌리치긴 어려울 것이다. 선수를 발굴하고 키운 뒤 다른 팀으로 이적시켜 이적료 수익을 챙기기도 해야 하는 대구로서도 팬들을 의식, 1년 만에 스타급 선수를 팔 수는 없고 팀 성적도 고려해야 하므로 '절대 이적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어쨋든 대구 팬들로서는 '우리 선수'를 갖기가 어려운 현실인 셈이다.

이와 관련, 최종준 대구FC 대표이사는 "이근호는 올해 말까지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대구FC 선수이며 다른 팀으로 이적시킬 의향이 전혀 없다."며 "다음 주 중반까지 이근호와 계약을 매듭짓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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