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는 몸 세포 수보다 10배나 많은 100조 개의 장내세균들이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장내세균들은 어떻게 면역체제에 대항해 살 수 있을까?' 그동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간주돼 왔던 이 물음표에 대한 마침표가 찍혔다.
경북대 생명공학부 이동건(42·사진) 교수가 공동저자로 집필한 논문인 '장내세균과 인체의 공생의 비밀'(Innate Immune Homeostasis by the Homeobox Gene Caudal and Commensal-Gut Hutualism in Drosophila)이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한 것.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는 성과를 인정받아 이 교수의 논문은 세계적인 저명 학술지 사이언스 319호(2월 8일자)에 주요 논문으로 실렸다. 따라서 이 교수는 지난해 경북대가 처음 도입한 최고 1억 원까지 지급하는 두 번째 학술장려금 수혜자가 돼 겹경사를 누리게 됐다.
이 교수는 "혈관에 세균이 침입하면 우리 몸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항균 면역체제를 가동해 세균을 색출해 제거하지만 우리 장 속에 살고 있는 100조 개가 넘는 장내세균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잘 살고 있다."며 "여기에 의문을 품고 9명의 동료와 함께 연구를 해 이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논문을 통해 우리 장에는 '세크로핀'이라는 항균 펩타이드가 분비되는데, 이 세크로핀은 몸에 해로운 세균은 골라 죽이지만 유산균 같은 이로운 세균은 그냥 놔둔다는 것. 또 세크로핀 분비를 명령하는 단백질인 '코딜'이라는 물질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리게 됐으며, 이 코딜이라는 유전자가 우리 몸의 항균 면역체제를 조절해 몸에 이로운 세균들이 장 속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이 교수는 또 "인체의 면역시스템인 항체 이전에 외부에서 균이 침입할 때 가장 먼저 반응하는 눈물, 침 등의 숙주방어시스템이 하나 더 있다."며 "이 시스템이 계속 유지하는 이유도 코딜이라는 유전자의 존재로 가능하다는 점을 이번 연구를 통해 규명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성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1990년 경북대 미생물학과 학·석사 과정을 마치고 1994년 일본 동경대에서 응용생명공학과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조선대 생물신소재학과 교수를 거쳐 2003년부터 경북대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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