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건표의 스타토크]배우 장항선

"인생의 참맛을 봐야 멋진 연기 할수 있죠"

'태왕사사신기'로 제2의 전성기 맞는 탤런트 장항선(62). 아직도 그를 한 시대를 풍미한 전쟁드라마 '전우'의 '장 하사'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1970년 KBS 탤런트 공채 9기로 방송에 발을 디딘 그는 40여 년동안 수 십 편의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안겨주었다.

지난해 MBC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사극 '태왕사신기'에서 '흑개장군'역을 맡아 20kg가 넘는 갑옷을 걸쳐 입고 말에서 여러 번 떨어지는 등으로 연기투혼을 보인 그를 그의 고향인 대전에서 만났다.

극중에서는 거칠고 강한 이미지였지만 이날은 겸손하고 따뜻한 이웃아저씨 처럼 느껴졌다. 그는 첫 출연했던 드라마 '전우'가 떠오르는 듯 "그 땐 젊었죠. 트럭에 부딪혀도 아픈 줄 몰랐거든요. 요즘엔 다치면 쉽게 회복이 안되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성공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가야할 길이 이 길 뿐이니까 최선을 다한 거죠." "배우로서 성공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열심히 배우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는 그는 "이미지로서가 아니라 혼을 담고 배우의 정신을 반듯하게 지켜나가는 후배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배우로서 끊임없는 노력과 집념이 수 십년 동안 사청자의 마음을 잡아두고 있는 것 같다."고 자평하는 그는 중학교 때부터 배우의 꿈을 키웠다. 영화관이 많지 않았던 시절에 봤던 몇 편의 영화가 배우의 길을 걷도록 한 것 같다고 말한다. 70년대만 해도 배우라는 직업이 개인의 의지로만 해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었죠. 잘 생긴 사람들만 배우를 하던 때였죠. 나같이 서민적으로 생긴 사람이 배우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 탤런트가 되기 위해 방송사 공채시험에 도전, 두 번 떨어진 전력도 털어놨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KBS 공채시험에 응시, 주연·백윤식·황범식 등과 함께 합격했던 것.

"난 배우가 돼 연기를 하고 싶었고, 열심히 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돼 있었어요." 배우로서 그의 도전정신은 눈물 그 자체였다. "당시에는 먹고살기 힘들었잖아요. 여기서 낙오자자 되면 더 이상 갈곳이 없다는 생각으로 혼신의 힘을 다 쏟았죠. 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습니다."

그는 시청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었던 첫 작품으로 드라마'전우'를 꼽는다. 운전하는 사람이 적었던 시절, 드라마에서 운전 수송병이 필요했고 액션촬영이 많은 만큼 운동신경이 발달한 사람이 필요했죠. 그 두 가지를 다 갖춘 내가 선택된 거죠. 당대 최고의 국민적 드라마였던 '전우'에 이어 TV문학관 '단독강화'등 연달아 주인공을 맡으면서 배우로서, 탤런트로서 제 모습을 갖춰가는 구나 싶었는데 미남이 아니다 보니까 사랑하다가 죽는 역할만 맡게 됐다며 웃는다.

배우가 된 아들을 두고서는 "처음엔 반대도 많이 했어요.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가면 배우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더니 합격한 거예요." 태왕사신기에서 아들 '달구'역을 맡은 김혁이 실제 둘째 아들이라는 사실을 종영시점에 밝힌 그는 "아버지 영향으로 방송한다는 소리를 듣는 게 부담됐는데 열심히 해줘서 고마울 따름이죠."

배우는 눈물 젖은 빵도 먹어보고, 가슴이 아릴 정도의 아픔도 껶어와야 해요. 인생의 참맛을 느껴봐야 멋진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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