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수상쩍은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제니, 주노, 이 영화는 10대 청소년들의 임신 문제를 다루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제니, 주노가 10대 임신과 출산을 계몽적 입장이 아닌 로맨스로 해석했다는 사실이다. 논란이 거셌었고, 임신에 대한 헛된 망상과 환상을 심어준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컸다.
2008년 우연찮게도 그 제목도 그리고 상황도 유사한 영화가 한편 걸린다. 주노, 그런데 이 영화 심상치 않다. 심상치 않음은 곧 거행될 아카데미상 작품상과 여우 주연상 후보에 이 작품이 거론된다는 것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작지만 강렬한 영화 주노는 과연 어떤 작품일까?
대개 성장영화는 십대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혹은 십대 청소년과 다를 바 없이 겉모습만 어른인 인물을 등장시킨다. 그들은 이런 저런 과정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고 자신이 놓인 입지를 확인한다.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의 작품 주노의 주인공 '주노' 역시 마찬가지이다. 슬래셔 무비와 하드 코어 락음악을 즐기는 조금은 독특한 소녀 주노, 그런데 그녀가 사고를 친다. 부모님을 모셔두고 고백할 것이 있다고 말하자 부모가 묻는다. '마약이나 퇴학 문제니'라고 말이다. 주노는 고개를 흔든다. 그런데 어쩌면 주노가 저지른 일은 마약이나 퇴학 보다 더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다. 고등학생인 주노가 임신을 했으니 말이다.
영화는 얼떨결에 임신을 해버린 소녀 '주노'를 따라간다. 주목해야 할 것은 임신한 여고생, 주노가 평범한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녀의 특별함은 임신을 했던 그 순간 그러니까 남자친구에게 섹스를 요구한 첫 순간에서부터 시작된다. 주노는 낙태를 고민하지만 생각을 바꿔 입양을 선택한다. '행복한 가정'의 설명서 표본에 실릴법한 한 부부를 선택해서 자신의 아이를 위탁하겠노라 결정한 것이다.
주노는 104% 특별한 작품이다. 고교생의 임신과 출산에 대해 윤리적인 태도로 경고하거나 훈계하지 않고 주노가 마주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제시할 뿐이다. 주노는 섹스하고 아이까지 낳은 후, 남자친구와 사랑을 시작한다. 아이를 가졌음에도 꿋꿋하게 학교를 다니는 모습도 만만치 않다.
"영화는 모든 것이 의자에서 시작됐다"라는 독백으로 시작된다. 주노는 자신이 선택한 남자친구와 잠자리를 하고 또 임신과 입양 등의 모든 과정을 결정한다. 부모는 주노의 조언자이자 보호자이기는 하지만 그녀의 선택을 존중한다. 10대 소녀가 임신한 사실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초음파 기사를 보기좋게 눌러주는 새엄마의 태도가 흐믓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어떤 점에서 주노는 사실적이라기보다는 사실이었으면 좋겠을, 어떤 현실들을 보여준다. 10대 소녀의 임신이 청천벽력의 사건이나 일탈의 징후로 윤색되지 않는 품위도 여기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정상성과 비정상성, 아이와 가족의 문제를 주노는 성숙한 시선으로 하지만 권위적이지 않게 조형해간다.
열 여섯 소녀 주노는 '임신'을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조금은 다른 과정으로 생각한다. 주노는 사회적 편견이나 도덕이 아닌 자신의 판단과 사고에 의해 현재를 받아들이고 미래를 결정한다. 주노가 괜찮은 드라마이면서 한편 훌륭한 성장 영화가 될 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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