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향숙의 고민지우개]재수생 딸 안쓰러워

끈기와 신뢰로 지켜봄이 가족의 사랑

-재수생의 길을 걷는 아이가 안쓰럽습니다-

입시생의 엄마입니다. 딸아이가 이번 수학능력시험에서 기대 이하의 낮은 등급을 받았고, 성적에 맞춰 안정지원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 본인이 원하던 학교에 소신지원을 했는데 결과는 예상대로 좋지 않아 낙담하고 있습니다. 고집을 꺾지 못한 것이 후회되고 일 년을 또 전쟁터로 내몰릴 아이 생각을 하면 서글퍼집니다.

-끈기와 신뢰로 지켜봄이 가족의 사랑입니다-

내신·수능·논술로 이어지는 이른바 '죽음의 트라이앵글' 속에서 입시전쟁(?)을 치른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참으로 힘이 빠지고 속상하리라 여겨집니다. 십여 년의 학교 공부가 대학입시의 승패로 귀결되니 참 야속타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러나 뒤를 돌아보는 사람은 앞일을 바라볼 수 없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낙담이나 탄식으로 자책하기보다는 가족이나 주위사람들의 따뜻한 격려와 사랑의 조언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요.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선수 '베이브 루스'를 아시는지요. 생애 통산 714개의 홈런을 치며 미국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선수였지만 그의 빛나는 홈런기록 이면에는 1천330개의 삼진아웃 기록도 있다고 합니다. 그가 타석에 서서 힘껏 휘두른 배트에 맞은 공은 홈런이 되기도 하지만 범타나 헛스윙으로 물러날 경우가 더 많았다는 얘기죠.

또 노벨화학상을 받았던 일본의 '다나까 고이치'는 평범한 샐러리맨 연구원이었지만 어느 날의 실수를 계기로 노벨상까지 거머쥐지 않았던 가요. 베이브 루스가 삼진을, 다나까가 실수를 두려워했다면 미국 야구사에 전설적인 홈런기록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며, 노벨상은 평범한 연구원에겐 헛된 무지개였을 수도 있습니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 쯤은 위기와 맞닥뜨리기도 하고 실패의 아픔도 겪을 수 있습니다. 그 때, 위기와 실패의 원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고 그 것을 토대로 대안을 세워 극복의 열쇠를 찾는 것이 지혜입니다.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하는 따님을 위해 가족들은 옆에서 든든한 우군으로 자리함이 좋겠네요. 다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흐르고 있는 강물에게 "더 빨리 흐르라"고 등 떠미는 조급함 대신, 스스로를 채찍질 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는 여유로움이 필요할 듯합니다.

구르지 않는 돌은 목적지에 닿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얼음길에서 발을 헛디뎠어도 약간 미끄러울 뿐 결코 낭떠러지는 아니며, 험한 길에서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을지언정 언젠가는 그 돌로 계단을 만들어 오를 수도 있습니다. 걸림돌이 디딤돌로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고통의 시간을 감내한 조개가 '진주'를 얻듯이 성장을 위한 아픔의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먼 훗날 딸이 값진 '보석'으로 가치를 더 할 수 있도록 본인의 노력을 지켜보며 끈기, 그리고 신뢰로 대하는 것이 바로 가족의 '사랑'이겠지요.

앞으로의 일 년은 한 발 늦은 출발이 아니라 비상(飛上)을 위한 자양분을 축적, 아름다운 나이테로 둘러질 것이라 여겨집니다. 다시 시작입니다.

김향숙

한구가정법률상담소 대구지부 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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