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을 왜 하나고요…. 세상이 그렇게 만들잖아요."
사람들은 왜 성형을 할까?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 대학 의학 교수이자 '성형수술의 문화사'를 펴낸 샌더 길먼은 "사람들의 시야에 드러나는 신체부위 가운데 성형수술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은 없다."며 "성형은 자신의 집단에서 더 젊고, 건강하고, 날씬하고, 에로틱한 모습으로 '통과'되기 위한 노력"이라고 정의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노엘 샤틀레도 그의 저서 '맞춤육체'에서 "자르고 꿰매 원하는 디자인의 옷을 만들 듯 이제 인간의 육체는 수정 가능한 대상이 돼 버렸다."며 "그것은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 상처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진단했다.
대한민국의 성형수술 또한 우리 사회 특유의 '얼짱, 몸짱' 신드롬이 만들어 낸 정신적 상처와 통과 욕구가 빚어낸 결과로 풀이된다. 문제는 성형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점점 과도해진다는 것. 이번 겨울 방학 내내 손님들로 붐빈 성형외과는 긴 설 연휴동안에도 한결같은 100% 예약을 기록했다. 올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수능을 치른 고3 학생들을 비롯한 10대가 성형의 '주류'로 떠오른 점. 이런 10대 가운데는 여학생뿐만 아니라 남학생도 적지 않다.
◆손님의 60~70%가 10대
대학 입학을 앞둔 이지은(18·가명) 양의 최대 고민은 안면 윤곽 성형수술을 하느냐 마느냐. '사각라인' 대신 요즘 뜨는 'V라인'으로 너무 바꾸고 싶지만 수 백만 원이 드는 수술비와 얼마 전 안면윤곽을 하다 숨진 사람이 있다는 뉴스가 걱정돼서다. 이 양은 "눈이나 코 부위의 성형 수술에 부담감을 가지는 10대는 이제 없다."며 "좀 더 많이 바꾸고 싶지만 돈과 부작용을 염려할 뿐"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 겨울방학을 맞아 대구 중구 김&송성형외과를 찾은 10명 가운데 6,7명이 바로 10대. 수능을 치른 고3 학생들이 '대학'이라는 새로운 세계와 '취업'을 앞두고 너나 없이 몰려드는 까닭이다. 김영환 원장은 "10대를 비롯한 성형 욕구는 필요하냐 안 필요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필요하냐의 문제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부모들의 달라진 성형 인식도 한 몫 했다. 대구 성형외과들을 찾는 10대 중에는 고 1, 2학생 뿐만 아니라 중학생은 물론 초교 졸업생까지 있다.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부모에게서 받은 몸을 소중히 여겨 함부로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는 뜻)가 옛말이 된 지는 오래. '얼굴을 고쳐야 크게 될 수 있다.'는 부모들이 싫다는 아들, 딸의 손을 억지로 끌고 병원으로 찾아온다.
◆남자 성형
김&송성형외과 입구에는 '남자만을 위한 미용성형센터' 문구가 눈에 쏙 들어온다. 지난해 말 공사를 끝내고 한 층을 통째로 남성전용 공간으로 바꾸었다. 여자 속에 섞여 어색해 하는 남자들을 위해 마련한 곳. 대구에서는 처음 생긴 남성 미용성형센터다.
남자 고객들의 절대 다수는 20,30대 층이지만 10명 중에 1명은 10대 남학생. 재미있는 사실은 남학생의 경우 쌍거풀을 비롯한 눈 수술이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여학생들과 달리 코나 몸 수술이 많다는 것. 납작코나 여성형유방증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남학생들이 수술을 통해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자신감을 회복한다.
-성형 수술의 종류는?
신체의 모든 부위가 성형의 대상이 된다. 김&송 성형외과 홈페이지에는 눈(10종)·코(14)·안면윤곽(9)·유방(8)·지방성형(13)·주름성형(13)·제모(11)·입술(4)·기타(5) 등 모두 86종의 수술 목록이 올라 있다.
-성형 수술비는?
가장 단가가 낮은 수술은 보조개(한쪽 40만 원), 몽고주름 성형이다. 가장 많이 하는 쌍거풀 수술은 90만 원대에 앞트임, 뒷트임 등 옵션이 붙으면 30만 원이 추가된다. 가장 단가가 비싼 수술은 주걱턱 성형. 턱 관절(700만 원)과 치아(400만 원)를 함께 교정해야 해 1천100만 원이나 든다. 쇳조각 대신 시간이 지나면 피부에 흡수되는 신소재를 사용할 경우 100만 원이 더 든다.
-'동네' 성형외과 시대?
20년 전과 비교해 전체 의사 수는 4배 불어났지만 성형외과 전문의는 8배나 늘어났다. 공급과잉에 따라 성형외과가 포화상태를 맞으면서 동네 성형 시대가 열리고 있다. 대구 또한 동성로를 비롯한 시내 한 복판에 몰려 있던 성형외과가 북구 칠곡지구, 달서구 상인·성서지구, 수성구 시지지구 등 부도심은 물론 경산 등 대구 근교까지 진출하고 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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