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금은 영어시대?-명사들의 영어실력

우여곡절 겪고 영어와 친구

장관과 대기업 대표를 지낸 B씨. 국내 최고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 그에게 뜻밖의'난관'이 닥쳤다.

영어실력 만큼은 자신했지만 현지 교수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영어 원서는 직독직해가 가능했으나 강의를 듣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 6개 월이 지나도록 별 진척이 없자 B씨는 귀국을 결심하고, 짐까지 꾸려놓은 뒤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어렴풋이 잠을 깨려는 그의 귓가에 바깥에서 뛰어노는 어린이들의 말들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한국어를 듣는 것처럼 친숙하게 영어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영어에 자신감이 생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따는 데 성공했다.

우리 말과 어순이 전혀 다른 영어를 정복하는 데엔 B씨 처럼 '난관'과 '시행착오' 등 우여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영어와 친구(?)가 되거나,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유명인들도 적지 않다.

오는 25일 대통령에 취임하는 이명박 당선인. 얼마전 서울에서 열린 주한 외국투자기업 신년인사회에 참석, 영어로 연설을 했다. 투박한 발음이지만 자신있게 하는'이명박식 영어'는 세계 각국을 누비며 비즈니스 현장에서 익힌 '서바이벌(Survival) 영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측근들에 따르면 당선인의 영어실력은 유려한 편은 아니지만 외국인과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의 실력이다. 외국인들도 이 당선인의 영어에 대해 어색하지 않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억양에서 당당함이 느껴지며 듣는 데 별 무리가 없다는 것.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 당선인을 '영어를 잘 하는 일 중독자!'로 표현했다.

그러면 김범일 대구시장의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경북고 2학년 때 영어공부 모임인 '파인트리' 활동을 계기로 영어에 빠진 김 시장은 88서울올림픽 당시 휘장사업과장을 맡아 코카콜라 등 외국기업 관계자들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기업유치에 성과를 내기도 했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등 국제무대에서 김 시장의 영어실력이 톡톡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통역없이 영어로 대화는 물론 조크를 나누며, 외국 인사와 친숙하게 지낼 수 있어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는 것. "연음 구사 등 발음에는 조금 문제가 있지만 어휘 등에서는 최상급 수준이다. 시청에 외국 손님이 올 경우 오랜만에 영어를 쓰게 돼 반가워하는 표정도 엿보인다."는 게 시청 안팎의 얘기다.

이화언 대구은행장도 지역에서 영어를 잘 하기로 소문난 CEO(최고경영자)다.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한 기업설명회(IR)에서 영어 연설을 하고, 외국인과의 프리 토킹 및 조크에도 능수능란하다. 영어 발음도 괜찮아 '엑셀런트!'라는 게 대구은행 한 관계자의 귀띔. 대리 시절인 30대에 영국 연수를 하며 영어와 친숙해진 이 행장은 3년 간 뉴욕사무소장 근무를 통해 영어를 친구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CEO는 물론 직원들의 영어 실력이 외국 투자자 등에게 대구은행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이 행장은 영국 등에 연수를 보내는 등 직원들의 영어실력 향상에 힘을 쏟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원어민 수준의 유창한 영어는 아니지만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박지성·박세리·최경주·김연아·박태환 등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도 제법 훌륭한 영어를 구사하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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