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두고 온 나라가 난리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를 새 정부의 핵심과제로 채택, 앞으로 영어 교육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 얘기처럼 영어 공교육을 통해 영어능력 향상은 물론 영어 사교육비 절감, 국가경쟁력 향상 등 효과를 가져올 지, 아니면 영어로 인한 학생 간 차별 심화 및 사교육 시장 팽창 등 역효과를 불러올 지를 두고 국민들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 왜 영어 공교육 필요한가
#10년 동안 공부해도 말 한마디 못해
2005년 기준으로 영어 사교육비는 한 해 15조 원. 전체 사교육비의 절반을 영어에 쏟아붓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 같은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하고서도 영어를 제대로 하는 사람들이 극소수라는 데 있다. 중'고교 6년과 대학 4년을 합쳐 10년 간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영어를 공부하고도 막상 외국인을 만나면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에 따라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는 국민 개개인은 물론 국가 전체적으로도 영어 공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당선인은 최근 영어 공교육에 대해 불안해하는 학부모들과 교사들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어도 이해가 부족해 반대하는 사람은 설득시켜 변화에 동참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 정부에서 영어 공교육 프로젝트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 영어 공교육은 어떻게
#고교 졸업해도 생활영어 문제 없도록
얼마전 인수위는 영어 공교육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로드맵'을 내놨다. 고교만 졸업해도 생활영어에 문제가 없도록 국가에서 확실하게 해결하겠다는 게 목표. 우선 초교 1~2학년은 학부모, 학교의 선택에 따라 재량활동'특별활동'방과후학교 등을 활용해 영어교육을 하고, 3~6학년은 2010년부터 영어로 하는 영어수업 시간을 주당 3시간으로 확대하겠다는 것. 또 중'고교는 2010년부터 영어과목의 영어수업을 본격화해 2012년까지 모든 중'고교 회화 중심수업을 영어로 실시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를 위해 인수위는 2013년까지 2만 3천 명의 전용 교사를 뽑는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매년 3천 명의 현직 영어교사에게 심화연수를 실시키로 했다. 또 영어를 잘 하는 대학생과 주민, 해외교포를 '영어전용 보조교사'로 적극 활용한다. 5년간 무려 4조 원의 재정이 영어 공교육에 투입되는 셈. '한국형 국가영어능력 평가시험'의 시행계획도 확정했다.
◇ 기대와 우려, 엇갈려
#돈은 돈대로 효과는 신통치 않을 것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영어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많은 국민들은 환영의 뜻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사교육비 부담을 늘리고, 영어 실력에 따른 위화감 조성 등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 돈은 돈대로 낭비하고 효과는 신통치 않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영어가 돈벌이, 출세와 직결되는 현실 탓에 사람들은 영어교육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일단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모든 수업을 영어로 하는 영어몰입교육 소식이 전해진 뒤 학부모들이 당장 아이를 외국에 보내거나 영어전문학원에 보내겠다고 마음 먹은 것도 그 때문이다. 대구참교육학부모회 김정금 정책실장은 "영어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근본 취지엔 공감하지만 그 효과가 당장 나타날 지가 미지수인 데다 영어 사교육시장의 팽창, 우수한 교사 확보 문제, 영어 전용교사 채용에 따른 형평성 문제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野, '줄탄핵'으로 이득보나…장동혁 "친야성향 변호사 일감 의심, 혈세 4.6억 사용"
尹공약 '금호강 르네상스' 국비 확보 빨간불…2029년 완공 차질 불가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