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청 이재영 감독의 핸드볼 이야기

장래성 있는 선수 발굴·육성 '보람'

▲이재영 감독
▲이재영 감독

1988년부터 대구시청 여자핸드볼팀을 지도하고 있는 이재영(52'사진) 감독.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 동안 여자 핸드볼 선수들과 동고동락하고 있는 한국 핸드볼의 '산증인'이다. 대한핸드볼협회 전무도 맡고 있는 이 감독은 세계핸드볼연맹에 이의를 제기, 아시아 예선전 재경기를 이끌어내는 데 중추적 역할도 했다.

-영화 '우생순'에다 일본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남녀핸드볼 아시아 예선전 승리로 핸드볼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는데'''.

▲그동안 핸드볼 인기는 올림픽이 열릴 때만 반짝 하는 데 그쳤다. 그 외에는 경기장에 찬바람이 불 정도로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았다. 영화 '우생순'의 인기와 남녀 모두의 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계기로 핸드볼 열기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핸드볼 지도자로서 영화 '우생순'을 본 소감은.

▲영화인 만큼 흥미 위주로 만들어졌지만 핸드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측면에서 매우 반갑다. 영화배우들이 연습을 많이 했는지 폼은 나온 것 같다.

-이 감독에게 생애 최고의 순간은.

▲대구에서 태어나 핸드볼을 시작해 고교랭킹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생활은 그렇게 화려하지 못했다. 시청 핸드볼팀을 맡으면서 스타를 데려오기 보단 장래성 있는 선수를 발굴, 키워낸 게 보람이다.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과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여자핸드볼팀을 맡아 모두 금메달을 따냈을 때를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다.

-여자 선수들을 지도하는 데엔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필요할 것 같은데.

▲핸드볼 선수 이전에 여성이다보니 섬세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심리를 잘 파악해야 한다. 요즘 선수들은 예전에 비해 개성이 강해졌다. 20년 동안 감독을 맡다보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을 배출했다는 데 나름대로 자부심을 느낀다. 서울올림픽 때 금메달을 따는 데 앞장선 송지현 선수를 비롯해 이호연(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김은경(95년 세계선수권 우승) 선수와 아테네 올림픽에서 활약한 허순영'김현옥'최임정'김차연'장소희 선수가 생각이 난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 가능성은?

▲4강은 확실하다. 금메달은 운이 따라줘야 한다. 노르웨이'러시아'루마니아'헝가리 등이 우리나라와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본다. 핸드볼이 한국 여성의 힘을 보여주는 데 큰 역할을 한 만큼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

-예전에 학교에서 핸드볼 아니 '송구'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인기가 없나.

▲학교 스포츠의 몰락 탓이다. 당시 핸드볼은 체육 과목에 있었다. 그러나 체육시간이 줄고 그나마 과목에서도 없어졌으니 누가 핸드볼을 하고, 이해하고, 관심을 갖겠는가. 핸드볼을 할 수 있는 시설도 많지 않아 핸드볼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상태다. 사회체육에 접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해외에 진출했거나 하려는 선수들이 많은데.

▲유럽에서는 핸드볼이 인기 종목이다. 작년 12월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전이 열린 프랑스에서는 2만 5천 명이 들어차는 경기장이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꽉 들어찼다. 그 열기가 부러웠다. 우리 선수들이 외국에 나가면 3~4배나 많은 연봉을 받는다. 붙잡을 순 있지만 무작정 잡을 수 없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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