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진주성 여행

꽃보다 붉은 혼 푸른 강물따라 흐르네...

'진주(晉州)-진주성-촉석루-남강-의기(義妓) 논개'로 이어지는 생각의 꼬리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너무나도 자연스런 연상의 알고리즘이다.

선조 25년(1592) 10월 제법 쌀쌀한 가을바람이 진주성 성곽을 때리는 가운데 김시민 목사는 조선 육군 3천800여 명과 민·관을 독려해 왜군 2만여 명과 6일간의 공방 끝에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대승을 거둔다.

이듬해 6월 10만여 명의 왜군이 다시 진주성 앞에 모였다. 조선의 민·관·군 7만여 명은 지원군을 고대하면서 고군분투했으나 11일 만에 진주성은 결국 왜군의 손에 떨어지고 만다.

'거룩한 분노'의 바람이 왜의 기치창검을 부러뜨릴 듯 불던 날. 푸른 남강의 작은 바위 위에서 왜장과 함께 '석류 같은 입술로 죽음을 입 맞춘'논개는 조선의 마지막 자존심을 드높게 흔든다.

파란 하늘에 새털구름이 곱게 깔린 날, 남강 물결을 따라 역사의 장면이 어른거리는 진주성을 찾았다.

#천혜의 절경을 품은 천연의 요새

구릉지에 축성된 진주성은 남강이 해자역할을 하듯 성 앞을 흘러 천연의 요새로 손색이 없다. 둘레 1천760m, 높이 5~8m에 달하는 성곽엔 세월의 더께가 끼여 있다.

공북문을 통해 성안에 들자 맨 처음 눈에 띄는 게 진주성 대첩 때 입은 부상으로 39세로 순절한 김시민 목사의 동상이다.

입구에서 집어든 관광안내도를 보면 진주성엔 국립진주박물관을 비롯해 촉석루·창렬사·북장대·서장대·임진대첩계사순의관·논개사당 등 주로 임진왜란과 관련된 사당과 유적이 유난히 많다. 마치 성내가 거대한 임진왜란 전시관 같다.

잘 정돈된 공원 같은 성내 길을 따라 다다른 곳은 국립진주박물관. 초입엔 의병장 고경명(高敬命)이 국난을 맞아 울분과 적개심을 토로한 창의의 글이 새겨져 있다.

'…몸은 늙었을지언정 말에 오르니 힘이 솟고 분한 마음에 적개심은 불타오른다.…죽음으로써 나아갈진대 반드시 대첩을 거두리라.'

성벽모양을 본따 지어진 임란전문박물관인 이곳 로비에 한 문화재가 눈길을 끌었다. 최근 일본에서 다시 찾은 문화재인'선무공신 김시민 교서'였다. 이어 관람동선을 따라 돌면 당시 한·중·일 삼국의 정세와 왜군의 침입로, 그들의 전쟁준비과정, 조선군과 왜군의 무기와 갑옷 , 조선수군 판옥선과 왜선인 안택선의 전투능력 비교 등 800여 점의 유물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돼 있으며 휴관일인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곤 문화유적해설사의 자세한 설명도 곁들일 수 있다.

박물관을 나와 들른 곳은 진주 8경 중 1경인 촉석루다. 붉은 기둥에 받혀진 천장의 오색단청이 무척 아름다운 촉석루는 평화 땐 선비들이 풍류를 즐겼고 전쟁 땐 지휘소역할을 했던 곳으로 성의 남쪽에 위치한다. 강가에 돌이 쫑긋쫑긋 솟아 있어'촉석루(矗石樓)'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곳에 오르면 유유히 흐르는 남강의 물줄기 위로 오른쪽엔 진주교, 왼쪽엔 천수교가 아름다운 교각을 뽐내며 진주 시가지가 한눈에 드는 절경과 만날 수 있다.

특히 남강 저 건너편 두 다리 사이 2.9km 강변길은 촉석루를 마주보면서 진주성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진주여행의 필수코스로 누각을 밝히는 불빛이 진주(珍珠)처럼 빛나는 야간엔 더욱 환상적인 풍광을 볼 수 있다.

#홀로 있는 그 바위, 그 여인 우뚝 섰네

촉석루 아래 성 밖을 향하는 작은 통로를 지나 내려가면 커다란 절벽바위에서 떨어져 나간 듯 한 평 남짓한 원형의 납작 바위가 있다.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는 그 유명한 의암(義岩)이다. 의암 앞엔 논개의 넋을 기리기 위해 시민성금으로 재건한 의기사(義妓祠)가 남강을 내려다보고 있다.

1593년 계사년 제2차 진주성 전투에서 순절한 장군들의 신위를 모신 창렬사와 순국한 7만여 민·관·군의 충혼을 위로하는 임진대첩계사순의단도 진주성 관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적들이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진주성 가는 길=구마고속도로 칠원 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로 바꿔 탄 다음 진주 분기점에서 다시 통영~대전고속도로로 옮겨와 대전 방향으로 돌리면 서진주 IC가 나온다. 이곳을 나와 좌회전, 진양호와 남강댐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진주가 나온다.

*여행팁-진양호와 소싸움경기장

서진주 IC를 빠져나와 진주시로 접어드는 길엔 도도한 지리산 물길이 모여 만들어진 낭만의 호수 진양호가 있다.

낙동강 수계관리 1호 댐인 남강댐 덕에 생긴 진양호는 비취빛의 맑은 호반풍경과 주변경관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주변엔 진주무형문화재전수관과 물문화관이 있다. 특히 송림으로 둘러싸인 전통건축양식의 우약정(雨若亭)에 들면 물과 산, 하늘과 하얀 구름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풍치가 마음을 즐겁게 한다.

진양호에 드는 초입엔 소싸움 경기장도 눈에 띈다. 원래 진주는 일제시대부터 소싸움 경기로 유명한 곳. 이를 재현해 놓은 경기장에선 매주 토요일마다 소싸움이 열린다. 올 경기 스케줄은 3월부터 시작하며 관람료는 무료다.

*진주의 먹을거리-진주비빔밥

콩나물이 빠지지 않는 전주비빔밥과 해초가 든 통영비빔밥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비빔밥의 하나인 진주비빔밥은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 군사들에게 밥과 나물을 먹기 좋게 비벼낸 것이 시초이다.

그 맛의 원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 진주 대안동 중앙시장 안에 있는 천황식당(055-741-2646). 80여 년 째 한자리에서 손맛을 대물림한 이 곳 비빔밥은 제철에 나는 나물만 7,8가지를 잘게 썰어 비빔밥의 고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건문어와 건홍합, 소고기 살코기만을 사용한 이 집만의 천연 조미료에 집에서 담근 간장과 된장을 맨손으로 조물조물 무쳐 갓 지은 밥 위에 얹어내는 진주비빔밥은 감칠맛이 그만이다.

3대째 손맛을 이어온 주인 김정희(55) 씨가 매일 직접 나물을 무쳐내는 탓에 인근에 수많은 단골들이 찾고 있다. 특히 신선한 소 엉덩이살을 잘게 썰어 참기름과 간장으로 맛을 낸 고명은 밥알과 더불어 쫄깃한 씹는 맛을 더한다. 함께 나오는 선지국 또한 별미 중 별미로 해장국으로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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