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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싸한 거리에 문닫는 '토큰박스'

▲ 폐업한 토큰 박스가 먼지를 뒤집어쓴 채 덩그러니 서 있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 폐업한 토큰 박스가 먼지를 뒤집어쓴 채 덩그러니 서 있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지난 12일 오후 2시쯤 대구시 동구 효목동 한국전력공사 동대구지점 앞.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버스승강장 옆 토큰박스 2개는 굳게 문을 닫은 채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토큰박스 앞 가판대는 먼지만 수북했다. 이곳에서 다섯 정거장 떨어진 방촌동 우방강촌마을아파트 육교 옆의 토큰박스도 수개월째 문을 닫은 채 덕지덕지 붙은 전단지만 바람에 펄럭였다. 버스를 기다리던 한 50대 주민은 "문 닫는 토큰박스가 늘어나면서 토큰 사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며 "방치된 토큰박스가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버스승강장 옆 '토큰박스'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대구시가 교통카드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7월부터 토큰요금제를 폐지키로 하면서 토큰박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것.

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단계적으로 토큰 판매와 유통을 중단시키면서 이달 12일까지 유통중인 60만 개의 토큰 중 38만 5천 개(64%)를 회수했다. 이때문에 지난해 10월 전체 2%가량이었던 토큰 사용률이 이달 현재 0.4%까지 떨어졌으며, 대구의 토큰박스 118개 가운데 50개 가량이 이미 문을 닫았다.

27년 동안 중구 동인동 중구청 앞에서 토큰박스를 운영한 홍종곤(68) 씨는 "예전만 해도 월 170만 원은 벌었는데, 토큰 유통이 중단되면서 덩달아 껌, 복권, 신문 같은 다른 물건들도 안 팔려 매출이 월 60만 원대로 떨어졌다."며 "토큰박스 폐업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폐업한 토큰박스의 처리도 문제다. 1차적으로 영업주에게 철거 책임이 있지만 영업주가 방치한 채 떠나버리거나 연락이 두절될 경우 도로점용허가를 내준 구청이 철거를 할 수밖에 없다.

동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동구지역 토큰박스 23개 중 13개가 최근 폐업했는데 다른 구청도 비슷한 사정"이라며 "업주가 철거를 않을 경우 구비로 철거하는 방안을 대구시와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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