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대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과정에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돼 국내 상황에 다소 진전이 있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미국 쪽에서 빨간불이 번쩍거리고 있다. 미국이 한국과 FTA 협상을 끝내 놓고도 '플러스 알파'를 요구하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이다.
미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예비 후보인 오바마는 엊그제 "한미 FTA는 상호 호혜원칙에 맞지 않다"며 쇠고기'쌀'자동차 등에 대한 한국의 개방 수준에 불만을 표시했다. 물론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 농촌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한 발언임에 틀림없지만 우리로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면 관둘 수 있다'는 폭탄선언으로 들린다.
앞서 미 하원 레빈 무역소위 위원장도 "한국이 비준안을 통과시키더라도 미 의회가 그에 발맞춰 FTA를 조기에 비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한미 FTA를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자국 보호주의' 색채가 강한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한미 FTA는 자칫 원점으로 돌아갈지도 모르는 불길한 상황들이다.
이런 마당에 여야 간에 또 도농 출신 의원 간에 집안싸움을 하고 있기에는 너무 안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은 FTA 명분에는 대체로 찬동하면서 4월 총선을 의식해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익을 팽개치는 무책임하고 이중적인 처신인 것이다.
한국이 비준안을 통과시켰다고 해서 미국 측이 이에 동조해 준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이왕 "하겠다"고 마음먹었으면 우리가 해야 할 일부터 먼저 끝내 놓고 상대방을 기다리는 것이 옳다.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도 17대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이 좋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치 논리'에 빠져 미적거리는 사이 파도는 점점 더 높아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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