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표지석과 축구…한심한 남북관계

남북정상회담 기념 표지석 설치를 둘러싸고 벌어진 소동의 전말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실망이 여간하지 않다. 우리 입맛에 맞는 표지석 하나 설치하지 못하는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준 때문이다. 엄청난 경제협력을 약속하고도 북측이 싫다면 표지석 크기와 문구까지 바꿔야 하는 정부의 저자세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그동안 국민들은 대선 전날 김만복 국정원장이 왜 평양에 급히 가야 했는지, 당초 준비해 간 표지석을 왜 세우지 못하고 대체했는지 영문을 몰랐다. 뒤늦게 알려진 사실을 종합해 보면 회담 준비 과정에서 기념 식수와 함께 표지석 설치를 남북이 합의했다고 한다. 그런데 준비해 간 250㎏짜리 표지석과 문구를 본 북측이 퇴짜를 놓으면서 일이 틀어졌다.

더욱 한심한 것은 그 다음부터다. 대선 전날인 지난해 12월 18일 국정원장이 크기를 줄이고 문구도 북측 요구대로 다시 만든 표지석을 가져가 설치했다. 실망스럽게도 청와대는 여론을 의식해 거짓 해명까지 했다. 표지석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이름이 나란히 들어간다고 했지만 애당초 노 대통령 이름밖에 없는 표지석임이 밝혀진 것이다. 아무리 변명거리가 궁색해도 국민을 이렇게 기만해도 되는 것인가.

비정상적인 남북 관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3월 말 평양에서 열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예선 남북전에 대한 북측 태도는 점입가경이다. 북측이 관례를 깨고 태극기와 애국가는 물론 우리 응원단의 참관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A매치를 무슨 동네축구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게 그간 정부가 오냐오냐하며 북측 버릇을 잘못 들인 탓이다. 제멋대로 하도록 놔두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더 이상 북측 눈치 보기로 대한민국 자존심이 구겨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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