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00자 읽기] 방울져 떨어지는 시계들의 파문

방울져 떨어지는 시계들의 파문/히라노 게이치로 지음/신은주·홍순애 옮김/문학동네 펴냄

1998년 '일식'으로 데뷔한 뒤 발표하는 작품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일본 현대문학의 기수로 자리매김한 히라노 게이치로가 2003년부터 2004년에 걸쳐 내놓은 9편의 소설을 엮은 단편집이다. 첫 작품 '백주'에서는 그의 작품에서 꾸준히 보이는 '시간'에 대한 집요한 천착과 치밀하게 의도된 말의 조각들, 토막난 언어가 가진 유기체적 호흡을 만날 수 있다. 실험성이 돋보이는 '갇힌 소년'은 앞, 뒤 어디에서부터 읽어도 같은 문장이 이어지는 데칼코마니 형식의 특이한 구조가 눈길을 끈다. '빈사의 오후와 파도치는 물가의 어린 형제'는 각각 독립된 두 편의 단편이 마지막 문장을 통해 교묘하게 수렴하며 서로를 보완하는 독특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외에도 도시 일상의 에피소드를 담은 '볼거리', 소년의 죽음이라는 같은 소재를 다섯 편의 이야기로 배열한 'les petites Passions' 등이 실려 있다. 360쪽, 1만 2천 원.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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