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 재무진단] 은퇴준비 어떻게 할까요?

분양 아파트 팔고 현금 40% 펀드 투자

은퇴 연령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어떤 은행은 지난 연말, 차장급까지 명퇴대상에 포함시켜 '잘라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참으로 불안한 세상입니다.

이번주는 곧 직장에서 은퇴를 해야 한다는 직장인 윤철웅(53'가명) 씨 이야기입니다. 아내(50)와 자녀 둘(29세'결혼, 27세'미혼)을 둔 그는 158㎡형 아파트를 분양받아(분양가 3억 5천만 원) 올 5월에 입주 예정이랍니다. 그런데 은퇴를 코앞에 두고 있어 과연 입주하는 것이 맞는지 궁금해했습니다.

또 2년 후에 은퇴할 예정인데 퇴직금은 이미 중간정산을 해버려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노후를 대비해야한답니다. 윤 씨는 지금 어떤 전략을 세워야,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요? 계명대 재무상담클리닉센터(센터장 배미경 계명대 교수)와 함께 고민해봤습니다.

◆집 욕심을 버려라

분양받은 아파트를 처분해서 현금자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잔금 7천만 원과 세금 등 부대비용 약 2천만 원을 더해 9천만 원 정도가 더 필요하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처분해 충당할 수는 있지만 그럴 경우 아파트 처분잔금 8천만 원과 정기예금 등을 합쳐서 금융자산은 1억 6천만 원 정도가 된다. 이렇게 될 때 2년 후 결혼 예정인 둘째 자녀 결혼자금으로 5천만 원 정도를 빼버리면 1억 원 정도가 남는다. 2년 뒤 퇴직, 월 소득이 끊기게 되면 이 돈으로 노후생활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큰 불편함이 없다면 그대로 살아야한다. 그리고 분양 아파트를 처분해 지금부터라도 노후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융자산 배분에 나서라

윤 씨의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립하기 전에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첫째, 은퇴 후 월 고정수입을 확보하는 것이다. 미리 은퇴준비를 하지 못한 윤 씨는 퇴직한 후에는 월 수입이 끊기게 된다. 과거처럼 고금리시대에는 정기예금 3억 원을 가입하면 월 이자가 약 300만 원(금리 12%일 때) 정도 돼 이자만으로 생활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5, 6% 정도의 저금리시대에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웬만한 금융자산가도 이자만으로 생활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윤 씨의 경우, 65세 이전에는 정기예금에서 인출해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65세부터는 일시납 변액연금보험에 1억 원을 넣은 뒤 매월 연금으로 지급받아 고정수입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주식에 투자되지만 납입한 원금이 보장되는 변액연금보험을 선택한다면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고 비과세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일석삼조가 되는 것이다.

둘째, 은퇴 후에는 자산을 안정적으로 굴리는 것이 중요하나 수익도 간과할 수가 없다. 따라서 정기예금만으로 돈을 굴려서는 윤 씨의 노후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더욱이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은퇴 후 약 20~25년 동안 살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 투자가 요구되는 펀드도 적극적으로 활용,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윤 씨의 경우 1억 5천만 원은 펀드로 굴려 수익을 추구할 것을 권한다. 그러면 전체 금융자산 중 펀드투자비중은 약 40% 정도로 윤 씨의 나이나 자산상황을 고려할 때 적절한 자산배분이 된다.

◆보수적 투자자가 마음 편하다

주식에 투자되는 펀드가 무조건 위험한 것이 아니라 주식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무작정 따라가는 '묻지마 투자'가 위험한 것이다. 워런 버핏의 스승인 필립 피셔는 그의 저서에서 '주식투자의 원칙을 진지하게 잘 이해, 최소한의 위험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자산 구매력을 잘 지키는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라고 했다.

펀드초보자라고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펀드투자의 성패는 시장 상황보다는 장기투자와 포트폴리오 분산에 달려 있다. 이러한 펀드투자의 기본을 잘 이해하고 투자하면 큰 효자 노릇을 한다. 윤 씨의 경우 1억 5천만 원 중 국내 주식형펀드에 1억 원, 해외 주식형펀드에 5천만 원을 투자할 것을 권한다.

다소 보수적인 윤 씨의 투자성향 및 나이 등을 감안할 때 국내 주식형펀드는 가치주와 배당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안정적일 수 있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은퇴 후 배당주펀드로 자산을 불려 노후자금에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처럼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성장형펀드보다 훨씬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가치주펀드로는 한국밸류10년, 신영마라톤, 템플턴그로스, 유리스몰뷰티 등이 있고, 배당주펀드로는 세이고배당, 신영고배당, 마이다스블루칩배당 등이 있다. 해외펀드로는 브릭스펀드와 선진시장인 서유럽펀드에 분산하여 투자하는 것이 좋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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