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서 마음고생하느니 차라리 회사에 있는 게 편하겠다는 생각에서 오늘도 남아 있습니다."
16일 오후 8시쯤, 토요 휴무일인데도 포항공단 한 업체의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간부 몇몇은 모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부서 10여명의 팀원들은 닷새간의 지난 설 연휴에도 설날 하루만 쉬었고 나머지 날에는 모두 출근했다. '혹시 불이 나면 어쩌나'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후 지난 한 주 동안에도 집에서 잔 날보다 회사에서 밤새운 날이 더 많았다.
숭례문이 전소되고 지난 13일에는 포철중 체육관에서 불이 나자 포항 공단의 안전·방재 담당자들 가운데 아예 퇴근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경우 환경안전팀 근무자들이 하루 종일 사내를 돌며 소화기 소화전 지하공동구 등 소방관련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사내 소방서를 두고 있는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일반 소방서보다 더 삼엄한 근무를 하고 있다. 공정별 공장별 안전관리자들이 24시간 순찰을 돌고, 환경감시탑에서 원격감시를 하며, 주요 지점에 설치된 폐쇄회로 화면을 통해 정밀관찰하는 등 최고 등급의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이런 긴장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18일 새벽 포항공단 세아제강 사무동 직원 탈의실에서 불이 나 가뜩이나 가슴 졸이고 있던 업체 관계자들을 더욱 놀라게 했다. 이 불로 90㎡가량의 탈의실 내부가 타 소방서 추산 1천만원가량의 피해를 입자, 휴일을 맞아 모처럼 귀가해 달콤한 새벽잠을 자고 있던 업체 관계자들은 비록 남의 회사 일이지만 '화재발생' 소식에 또 한 번 놀라 비상출근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현대제철 임용우 차장은 "기온이 떨어지는 밤시간 소화전이 얼 것에 대비해 수시로 열어보며 점검하느라 사실상 24시간 근무체제가 돼버린 지 오래"라고 말했다. 포스텍 서상국 총무팀장은 "소방차 사이렌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밤중에도 회사와 집을 몇차례씩 들락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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