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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대구 사람들, 소비도 '닮은꼴'

▲ 대구·경북 사람들은 남여를 가리지 않고 오랜 세월 지역과 인연이 있거나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의류, 화장품 등을 선호하는 보수성을 보이는 것으로 본지 분석 결과 나타났다. 대구시내 모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화장품 헤라 매장과 제일모직 갤럭시 의류매장.
▲ 대구·경북 사람들은 남여를 가리지 않고 오랜 세월 지역과 인연이 있거나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의류, 화장품 등을 선호하는 보수성을 보이는 것으로 본지 분석 결과 나타났다. 대구시내 모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화장품 헤라 매장과 제일모직 갤럭시 의류매장.

대구·경북 사람들은 남여를 가리지 않고 대구를 모태로 자라난 제일모직에서 나온 옷을 좋아하고, 여성들은 오랫동안 국산 브랜드로 인식돼온 태평양 화장품을 많이 사용한다.

외국산 제품 중에는 '루이까또즈(프랑스)', '닥스(영국)' 등 보수적 성향의 디자인을 이어온 브랜드를 특히 선호했다.

이는 매일신문이 대구시내 백화점 3곳에 의뢰해 지난해 각 백화점 브랜드 가운데 '매출 수위 상품'을 뽑아본 결과에서 나타난 것.

유통업계는 "대구·경북 사람들은 '오래되고, 이미 알고 있는 브랜드'를 좋아하며 이는 결국 '보수성'이 소비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라며 "대구·경북 소비자는 다른 지역과 확연하게 차별화되는 성향을 갖춘 '소비 특별구'"라는 풀이를 내놓고 있다.

◆친근한 제품을 좋아한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에서는 신사정장 브랜드 중 갤럭시가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대구백화점에서도 지방시가 정장 제품 가운데 가장 잘 팔리고 있었다. 갤럭시는 제일모직의 자체 브랜드, 지방시는 프랑스 제품이지만 제일모직이 국내 시판권을 획득해 팔고 있다. 제일모직이 대구의 남성 정장 시장에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

백화점들의 분석에 따르면 제일모직은 대구에 공장을 갖고 있었고 지금도 구미에 생산기지가 있는만큼 대구·경북 소비자들에게 가장 친근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것. 결국 기존의 이미지가 소비로도 직결되고 있다고 백화점들은 설명했다.

더욱이 갤럭시의 경우, 1980년대에 출시돼 20년 가까이 된 장수 브랜드여서 선호 브랜드를 좀처럼 바꾸지 않는 지역민들의 우직함과도 연결되고 있다.

캐쥬얼 의류 부문에서도 제일모직의 '빈폴'이 초강세였다. 대구백화점에서는 가장 잘 나가는 여성 브랜드가 '빈폴 레이디스'였고, 동아백화점의 남성 캐쥬얼 의류 부문에서도 '빈폴'이 1등.

유행에 민감한 여성들도 보수적이었다. 화장품 브랜드 가운데는 명품인 시슬리가 대구백화점에서 선전하긴 했지만, 태평양의 헤라 및 설화수가 3대 백화점 모두에서 고르게 매출 상위권을 나타냈다.

특히 대구시내 백화점들은 화장품 매장에서 다른 매장과 차별화되는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었고, 화장품 매장은 가장 경기에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가 나빠도 화장품 매출은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것. 백화점들은 "미(美)에 대한 관심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는 평가를 하면서도 전통적으로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가 반영됐다는 해석도 하고 있다.

신발은 대구시내 3곳의 백화점 모두 금강제화가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튀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

대구시내 백화점들은 수입 브랜드 가운데 가장 특이한 것으로 단연 '루이까또즈'를 꼽고 있다. 지갑이나 벨트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이 브랜드는 전국에서 대구지역 백화점들이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려주고 있다는 것.

루이까또즈는 디지인에 큰 변화가 없고 이른바 '무난한 스타일'이 많아 보수적인 지역 여성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닥스' 역시 대구시내 3곳 백화점 모두에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브랜드. 역시 보수적이고 전통적이 디자인을 고집하는 브랜드의 특성상 지역민들에게 선호되고 있다.

한편 명품 브랜드 가운데는 루이비통이 초강세였다. 대구백화점과 롯데백화점 모두 루이비통이 가장 매출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가장 잘 알려진 명품'을 선호하는 지역민들의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백화점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김일환 계장은 "전국의 다른 점포와 비교했을 때 비슷한 브랜드 파워에도 불구, 대구에서 유독 특정 브랜드가 잘 나가는 경향이 많다."며 "대구·경북지역은 전국적으로 독특한 소비 성향을 보이는 곳"이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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